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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를 왜 죽였나

작성자노을|작성시간11.01.21|조회수106 목록 댓글 0

러시아 고위 관리의 아름다운 아내 안나 카레니나는 어느 날 잘생긴 귀족 청년 브론스키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안나는 남편과 아들도 버리고 브론스키의 곁으로 가지만 둘 사이의 사랑이 식자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1877년 발표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줄거리만 보자면 결국 '불륜의 말로는 처참하다'는 묘한 사필귀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톨스토이는 부도덕한 사랑의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안나 카레니나를 죽인 것일까.


석영중 고려대 교수는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예담 펴냄)에서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죽인 것은 꼭 불륜 때문만은 아니라며 그녀의 죽음을 통해 상류층의 모든 것을, 요컨대 그들의 사고방식과 습관과 생활 태도, 사랑과 연애와 결혼, 그리고 예술관과 먹는 음식까지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륜 역시 그중 하나다.


석 교수에 따르면 이 소설을 마친 이후 톨스토이는 실제로 그가 소설 속에서 비판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톨스토이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륜에 왜 이렇게 가혹했을까. 저자는 그들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육체의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톨스토이는 젊은 시절 투실투실하고 무식한 농부 아낙 악시냐와 오랜 관계를 맺었는데,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의 표현에 따르면 '비곗덩어리'나 다름없던 악시냐와의 관계는 톨스토이에게 남녀의 사랑이란 어느 수준에서는 전적으로 육체의 사랑이었다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도덕이라는 게 개입하면서 톨스토이는 육체의 기쁨에 탐닉하는 동시에 육체를 혐오하는 이중성을 띠게 됐고, 정상치를 넘어선 육체에 대한 혐오가 결국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적인 죽음을 낳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안나 카레니나>에 담긴 작가 톨스토이의 생각을 작가의 실제 삶과 연결시켜 풀어내고, <부활>, <전쟁과 평화> 등 다른 작품도 읽으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읽어낸다.


이를 통해 짐작하는 톨스토이식 잘 사는 방법은 이런 식이다. △일단 환락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한다.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벌써 결혼했다면 부부 생활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예술은 다 버려야 한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톨스토이는 50세를 전후로 하여 예술가로서의 톨스토이는 사상가, 종교가로서의 톨스토이로 전환한다. 이후 그는 30년 동안 종교와 도덕에 관한 수많은 논문을 남겼고, 1885년에는 사유재산을 부정했다. 이 문제로 부인과 충돌하여 그의 저작권은 그의 부인이 관리했다.

기독교적 이상을 품고 러시아 농민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그는 자신의 뜻에 공감하지 못하고 귀족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는 아내와의 불화로 82세의 노구를 이끌고 1910년 10월 28일 새벽, 13명의 자녀 중 마지막까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해준 막내딸 알렉산드라와 주치의를 데리고 집을 떠나 방랑길에 나섰다가 도중에 숨을 거두었다.


톨스토이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고,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고,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고,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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