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언어로 표현되는 예술이다 / 박제천
시는 언어로 표현되는 예술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시인은 모국어로 시를 쓴다. 한자 시대에 한국인이 중국의 한자로 시를 쓴 경우도 있고, 릴케와 같은 일부 시인의 경우 모국어인 독일어로 시를 쓰면서도 프랑스어의 시편을 남기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특수한 문화적 상황의 소산일 뿐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초심자의 경우 시의 단어를 순수한 한국어로 고집하길 권한다. 순수한 한국어라는 말은 외래어를 되도록 배제하라는 뜻이다. 나아가 외국어를 직접 인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반대 견해를 갖고 있다.
모국어에는 우리의 독자적인 지적·감성적 경험이 스며들어 있다. 독자적인 작품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최상의 재료가 아닐 수 없다. 그 모국어를 젖혀두고, 이국풍의 분위기를 나타내고자 외래어나 외국어를 쓴다는 것은 지적인 허영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지망생의 첫번째 과제로 한국어 사전을 권한다. 우리나라의 단어는 모두 몇 개나 되는가? 모든 강좌에 있어서 필자가 첫번째로 제기하는 질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이제까지 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들은 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덮어놓고 책장으로 달려가 국어사전의 항목수를 헤아려 보라.
필자가 참조한 어느 사전은 항목수를 약 31만개로 밝혀놓고 있다. 간행된 사전 중 최대 어휘를 수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사전에도 누락된 단어가 적지 않으며, 상당한 전문용어가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우리 어휘는 그 상한선을 40만 개에서 50만 개로 높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단어란 그 풀이와 쓰임새가 다양할수록 문화적 발전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한자어의 경우 20여 개의 뜻풀이가 가능하다. 우리 한글은 한자어와 달리 그 풀이가 한정적인 단어가 많지만, 그 풀이 하나 하나를 새겨본다면 우리가 창작에 가용할 수 있는 단어는 백만 단어 정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시창작에 있어 특수한 전문 시어를 고집하는 일은 금물이다. 인간을 매개체로 한 예술행위에 있어 그 대화의 수단인 언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일이야말로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다. 왜 스스로 언어의 폭을 좁힌단 말인가. 그러나 지망생의 경우, 약점이 노출되기 쉬운 비정규어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하겠다. 비어·경음·격음·속어·장음·조어·부호 등 강한 분위기를 지닌 어휘들은 그만큼 약점의 노출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