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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아카데미 5 / 시의 구조

작성자Jaybe|작성시간05.09.07|조회수86 목록 댓글 0

시에도 구조가 있다 / 박제천


산문이라고 넓게 불리는 모든 글은 대체로 설명문, 논증문, 묘사문, 서사문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글 쓰는 이의 의도나 목적에 따라 갈래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묘사문은 수필류, 서사문은 소설을 가리키지만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작가에 따라 이 모든 글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바꾸어 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글은 기본적으로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조를 취하고 있다. 본론과 결론 사이에 또 하나의 마디를 넣으면 4단 구조를 갖게 되고 다시 서론과 본론 사이에 또하나의 마디를 넣으면 5단 구조를 택하게 된다. 흔히 한시에서 말하는 기승전결은 4단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4단 구조라 할 수 있는데, 이 구조를 익혀놓아야만 자신만의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풀어 말하면 초심자는 4단 구조로서 구조를 익히지만 전문시인의 경우에는 수많은 변형 구조가 가능함은 물론, 매 작품마다 그에 걸맞는 독자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시의 구조와 함께 또하나 알아두어야 할 형식은 틀이라는 것이다. 틀은 엄격하게 말해 구조와 같은 뜻이지만 여기서는 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굳이 세분해서 강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구조를 흐름과 얼개로 나눈다면, 흐름은 진행상의 순서라 할 수 있고, 얼개는 세부적인 연이나 행의 짜맞추기, 시의 제목과 내용이랄 수 있다. 여기서는 얼개의 뜻으로 틀을 쓰고 있다.


모든 시는 기본적인 틀을 갖고 있다.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합해져야 하나의 독자적인 인간이 이루어지듯, 시도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 그리고 그 그릇은 그 내용물에 따라 재료며 형태를 달리한다. 쉽게 말해 커피잔과 밥그릇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커피잔에 밥을 담아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듯 아무렇게나 시를 쓴다 해서 아예 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능이나 효율적인 면을 생각하여 보다 적절한 그릇을 택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예술적 숙련도가 높은 전문가에게도 매 작품마다 성공의 기회보다 실패의 함정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목은 뒷날 전문가가 될 때 유념해야 될 참고사항으로만 이해하길 바란다.


여기서는 우선 초심자를 위한 간단한 틀의 원리를 제시하기로 한다. 시의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면 추상과 구상으로 간추려진다. 또한 이 두 가지 내용을 섞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시의 틀이라고 갈무리할 수 있다.


① 추상 + 구상

② 구상 + 추상

③ 추상 + 추상

④ 구상 + 구상


이 네 가지 틀은 시의 전면적인 구조에도 적용되지만, 제목과 내용의 관계로 전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 행, 또는 한 연의 내부 구조에서도 긴밀하게 작동한다.


허나 이 네 가지 틀 중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틀인 ①과 ②가 그 중에서도 시작훈련에 효과적이다. ③과 ④는 보다 능력을 가질 경우에 비상한 힘을 갖게 된다.


예컨대 ‘돌은 돌이다’는 ④에 해당되므로 구상 + 구상이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다. 허나 ‘돌은 마음이다’로 고쳐 쓴다면 ②의 구상 + 추상에 해당되는 바 ④의 경우보다는 긴장 관계가 고조된다. 나아가 ③ ④의 경우에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돌은 돌이다’가 첫행이라면 마지막 행에 ‘마음은 마음이다’를 대비시키거나, 돌의 내용이지만 제목에 물이라는 추상어를 도입함으로써 돌의 의미를 확대시킬 수가 있다. 더 자세히 풀어 말하자면, 시의 매 행에서 ① ②의 방법을 교직하는 식으로 연과 행, 도입부와 마무리, 내용과 제목을 안배함으로써 좋은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식의 창작방법은 매우 도식적이고 기계적일 수가 있다. 따라서 언제까지나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금물이다.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구조를 이해하고 체득함으로써 비로소 스스로의 구조를 탄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거듭 말해 하나의 독자적인 개성의 나타남이다. 우리가 훌륭한 시인,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러한 기본 구조를 뛰쳐나가 독자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나 생각해 보자. 시의 기본 구조조차 연습하지 않고서 어떻게 독자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겠는가. 갓 태어난 어린이는 단번에 걷는 것이 아니다. 우선 기고, 걸음마를 한 다음에야 보행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전제 아래 실제의 습작에 들어가 보자. 이론만 따지다 보면 작품을 영영 쓰지 못할 경우가 태반이라는 사실을 새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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