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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학 강 좌

설명과 표현

작성자Jaybe|작성시간05.08.13|조회수96 목록 댓글 0
 

시를 쓰고자 하는 문학 지망생들의 시는 흔히 설명의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시를 쓰기 위해서는 이 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설명이란 시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다. 또 설명되어 있는 글이란 두고두고 읽을 만한 가치도 없다. 다 아는 사실을 구태여 다시 읽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선 시는 설명하는 게 아니고 표현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벽돌 한 장을 쌓아 올리는 데에도 법칙이 있다. 2층 양옥을 올리건 12층 빌딩을 올리건 벽돌은 벽돌 특유의 기능을 발휘토록 하기 위해서 적재적소에 놓여져야 한다. 늘여놓은 줄대로 한장 한장 정확히 쌓아 올려가는 기술자라야 높은 건축물을 올릴 수 있듯이, 언어를 정확히 조립할 수 있는 작자라야 작품을 제대로 완성할 수 있다.

 

 

시창작, 또는 문예창작을 가리켜 '언어의 집짓기', 즉 언어의 집을 짓는다고 한다. 마치 뽕잎을 먹은(독서를 한) 누에가 잠을 자고(사색을 하고) 투명해진(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명주실(언어)을 늘여 고치(집)을 만들듯이 시작 과정도 이와 흡사하다.

 

 

뽕을 많이 먹지 못한 누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사람에 비유되어 부실할 수밖에 없고, 다섯잠까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누에는 사색을 할줄 모르는 사람에 비유되는데, 이러한 부류의 사람에게는 지혜가 있을 수 없다.

 

 

윤오영의 수필 양잠설에는 창작의 과정이 양잠에 비유되어 있는데, 이는 설명을 지나서 표현의 기교를 살려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 끝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우수한 문학가는 생활의 농도와 정력의 신비가 일반을 초월한다. 그 까닭에 이 연령은 천차만별로 단축된다. 우리는 남의 글을 읽으며 다음과 같이 논평하는 수가 가끔 있다.

 

 

"그 사람 재주는 비상한데, 밑천이 없어서."

뽕을 덜 먹었다는 말이다. 독서의 부족을 말함이다.

"그 사람 아는 것은 많은데, 재주가 모자라."

잠을 덜 잤다는 말이다. 사색의 부족과 비판 정리가 안된 것을 말한다.

"그 사람 읽기는 많이 읽었는데, 어딘가 부족해."

뽕을 한 번만 먹었다는 말이다. 독서기가 일회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학식과 재질이 다 충분한데 그릇이 작아."

사령(四齡)까지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 아직 글 때를 못 벗은 것 같애."

오령기를 못 채웠다는 말이다. 자기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그 사람 참 꾸준한 노력이야, 대원로지. 그런데 별 수 없을 것 같아."

병든 누에다. 집 못 짓는 쭈구렁 밤송이다.

"그 사람이야 대가(大家)지, 훌륭한 문장인데, 경지가 높지 못해."

고치를 못 지었다는 말이다. 일가(一家)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양잠가에게서 문장론을 배웠다.  

                                     -윤오영의 양잠설에서 -

 

 

독자들은 이 글에 감탄할 것이다. 문장론을 논리적인 언어 또는 학술적인 언어로 설명하지 않고 수필의 형식을 빌어서 교묘히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시가 아닌 다른 장르의 글에서도 이처럼 놀라운 표현을 해내는데 시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내 가난한 마음을 가지소서

그리하여 영원토록

당신만을 향하여 열려있게 하옵소서

내 가슴에 당신의 도장을 찍으소서

그리하여 영원토록

사랑의 맹세만 아로새기게 하옵소서.

                               - 존 웨슬리의 기도 -



이 글은 설명되어 있는 기도문이다. 그런데, "내 가슴에 당신의 도장을 찍으소서"와 "사랑의 맹세만 아로새기게 하옵소서"로 표현되어 있어서 시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력을 주고 있다. 표현은 이처럼 기도답게 하고 시답게 한다.


- 국학자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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