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문 학 강 좌

기욤 아폴리네르

작성자Jaybe|작성시간08.10.01|조회수612 목록 댓글 0

현대시의 시발자로 불리는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1918)의 일생은 그의 경쾌하고 화려한 인상과는 달리 슬프고 너무 짧은 일생이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태생인데 아직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은 아버지와 폴란드에서 이주해온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향락과 도박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 남프랑스 지방의 칸, 니스 등지를 옮겨 다니며 거기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19세 때에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올라왔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독서를 했고 이 때 폭넓은 교양을 쌓았습니다. 파리의 생활은 어려워 은행의 말단 행원의 일을 해오다가 한때는 어떤 부유한 독일 가정의 가정교사로 초빙되어 독일에 가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 동안에 거기에 가정부로 와 있던 영국 소녀 애니라는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나 얼마 안 되어 실연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이 때의 착잡한 심정을 노래한 것이 유명한 '사랑 못받는 남자의 노래'입니다.


파리로 돌아와서는 신문 기사를 쓰거나 잡지 등에 주로 에로틱한 글을 기고하여 생활을 하면서 앙드레 살몽, 막스 자콥 등 문인들과 문예지를 펴내기도 하고 화가 브라크, 피카소, 블라맹크 등 소위 당시 화단의 전위파들과 친교를 맺어 예술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전위파 예술 운동에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활약했는데 입체주의, 미래파, 흑인 예술, 환상파,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 새로운 유파나 이즘이 나올 때마다 그는 선구자이며 또 그 운동의 강력한 이론가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를 에워싼 수많은 화가 시인 사이에서 그는 초현실주의라는 낱말을 씁니다. 현실세계의 일탈_ 초현실주의_ 슈레알리즘_ 이라는 단어는 그의 창작입니다. 그러나 기욤 아폴리네르도 그 초현실주의라는 말이 이토록 지구위에 많은 사건을 만들어 낼지 잘 아지 못했을 것입니다.


1913년 그가 33세 때 그의 첫 시집 <알콜>이 출판되어 성공했습니다. 전통적인 문학과 시의 세계에서 제목부터 충격적인 시제입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무겁고 음울하고 불안한 유럽 사회에 그의 새롭고 신기하고 경쾌하고 애수 섞인 유머는 인기가 있었습니다. 소위 새 정신이었습니다. 초현실주의_ 모더니즘은 그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그는 두 개의 시집을 남겼는데 하나는 <알콜>이고, 다른 하나는 죽기 전에 끝낸 <칼리그람>입니다. 칼리그람이란 낱말도 그가 지어낸 새로운 단어입니다.


<알콜>에는 그가 두 번에 걸쳐 겪은 실연이 서정적이며 회고적인 엘레지와 그가 본 세상에 대한 스냅 사진에다 그의 독특한 꿈과 환상과 무의식을 병치 혹은 뒤섞은 현대적인 시들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그는 그의 시에서 일체의 구둣점을 빼버려 시구의 리듬을 완전히 유동화 시켰습니다. 이는 상드라르의 시를 읽고 받은 충격으로 그는 시집 <알콜>의 최종 교정시에 자기 시에서 모든 구둣점을 없앴다는 것입니다. 상드라르가 무의식적으로 부분적으로 한 일을 아폴리네르는 의식적으로 전적으로 한 것입니다. 이후 많은 현대 시인들이 구둣점 없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현대미술도 어쩌면 구둣점을 없애 버린 예술 경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이며 마지막 시집인 <칼리그람 Calligrammes>이 재미있습니다. 詩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詩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비록 詩가 선조적(線條的)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만 백지(白紙)위에 쓰임으로서 시각적 자질을 갖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시집은 추상파 화가의 수법을 시에 적용시킨 추상시와 카페의 소음 속에서 들리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말들을 병치하여 만든 대화시(또는 동시성의 시)가 들어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이 대화시를 통하여 현실의 단편들을 논리 없이 제시합니다. 독자는 이 단편들로 된 꼴라쥬(Collage)를 각자의 방식대로 재구성하면서 조형적단위(unite)를 재구성합니다.


또한 그는 모든 시에서 구두점을 제거합니다. 그 이유는 행과 행 사이의 유연성과 모호함을 줌으로써 불연속성의 성격이 아닌 끊임없는 미끄러짐의 감각을 주기 위함입니다. 즉 시는 의미에 따라 다른 각도로 정돈될 단면들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의미의 다면성은 이미지와 생각의 중첩으로 인해 詩에 입체감을 줍니다.


초현실주의는 그렇게 활자 안에서 행동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활자의 약속을 모두 해판 시켜 지금까지와 같이 시행을 같은 모양으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그림을 그려서 독자의 시각에 호소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심장은 하트 모양, 시가는 담배 모양으로, 분수는 물이 올라가 버드나무 같이 퍼져 떨어지는 모양으로 활자를 배열했습니다. 시의 음과 그림을 함께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그의 생존시에는 사람들을 놀라 게 혹은 즐겁게 할 뿐이었으나 그의 사후 차츰 세월이 감에 따라 그가 시에서 시도한 새로운 정신과 형식의 추구는 20세기의 시가 갈 길에 대해 큰 시사와 문제를 남겨주었습니다. 현재 그의 시는 고전이 되어 프랑스 중학생들이 암송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강의되는 전통 문학이 되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