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인 다빈치 연구소 토머스 프레이(Frey) 소장은 세계미래학회 학회지 퓨처리스트(Futurist)에 최근 게재한 논문에 "두바이의 야자수 모양 인공군도(群島)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에서 볼 수 있듯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미 120여 개에 달하는 마이크로네이션의 숫자가 앞으로 약 20년 안에 급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소속된 국가의 국정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해(公海)에 작은 섬을 하나 만든 다음 '국가'임을 선언하기만 하면 '나만의 나라'가 탄생한다.
프레이 소장은 마이크로네이션의 증가가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미래 사회의 '밑그림'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이들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형태의 '국정 운영 방침'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기업 국가' '대여 국가' '동성애자 국가' '무소유 국가'처럼, 마이크로네이션 건국자가 추구하는 목표는 종교나 이념보다 훨씬 세분화한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프레이 소장은 퓨처리스트에 구글(Google)이 세운 가상 국가를 픽션(fiction) 형식으로 소개하며 "대통령이나 왕이 아닌,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나라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시민권 획득은 인터넷 동호회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처럼 쉬워지겠지만, 국민과 비(非)국민을 구별하기 위한 정교한 틀 역시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의 국가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한 '리트머스 페이퍼'로 마이크로네이션을 한시적으로 빌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프레이 소장은 분석했다.
마이크로네이션의 인기가 치솟고 그 인구가 엄청나게 불어나 기존 나라 국민들의 수를 초과한다면…. 프레이 교수는 논문에서 "마이크로네이션의 수가 국제정세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가하면 원래 있던 나라들이 '건국을 일시 중단하라'는 내용의 모라토리엄(moratorium·일시적 정지 요청)을 요청하고 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마이크로네이션을 만들기 위한 '국가 설립'의 기준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냉전 종식 직후인 1991년 유럽연합이 발표한 네 가지 기준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개념이다.
이 기준은 ▲유엔 헌장·유럽안보협력회의 최종 합의 문서·파리 헌장 내용 이행 ▲유럽안보협력회의에서 동의한 대로 소수민족·집단에 대한 권리 보장 ▲상호간의 평화로운 협정을 통한 국경 변경 ▲공공의 합의에 의한 지역 분쟁 해결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1936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법학회는 "정치적 조직이 있고 국제법을 따르며 공공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는 인간 사회에 대한 인정(recognition)은 한 개 혹은 여러 개 국가가 자국의 방침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해하지만 않는다면, '서로간의 인정'을 통해 마이크로네이션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