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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란 것이런 것이다. ..[영화] 엑시스텐즈

작성자진수|작성시간04.06.07|조회수250 목록 댓글 0
인체와 접속하는 생체 컴퓨터 게임, 엑시스텐즈!!




영화 [엑시스텐즈]는 가상 현실(게임)의 영향으로 현실이 주관적 인식으로 재구성되었을 때, 즉 현실에서 각종의 제한을 가지고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 조건들이 휘발되고 가상현실에서의 자아의 무제약성이 그대로 발현되었을 때, 또는 가상현실의 영향으로 현실에서 필요한 인식과 행동에 다다르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질 때’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비단 이러한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프로이트가 얘기했던 자아와 초자아에 대한 문제도 영화의 모두를 얘기하기 위해서 필요한 주제일 것이라 생각이 되지만, 그렇게 되면 내용이 많아지고 또 잘 모르는 데다가 귀찮다. -_-



세계 최고의 게임 디자이너 엘레그라 겔러는 개발사인 안테나 리서치사에서 몇 명의 고객들과 함께 신제품 테스트를 하게 된다. 엘레그라의 신개발 게임은 생체 컴퓨터 게임 '엑시스텐즈(eXistenZ)' - 인간의 중추 신경계와 직접 연결되어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만드는 지금까지의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모험 시뮬레이션 게임의 일종이다.

사람들이 어느 교회에 모이고 이 게임을 참가자 12명과 테스트를 시작하려는 순간 한 현실주의자(여기서의 현실이란 마키아벨리 이후 얘기된 정치이념으로서의 현실이 아닌, 플라톤 이후로 얘기된 ‘개인의 주관적 인식과 독립한 실재’로서의 현실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더 나아가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현실의 필수조건으로서의 각종 제약과 제한들을 소거시킨 채 작동하는 가상현실(게임-엑시스텐즈)의 창조자(옹호자?)에 대한 대립자로서의 현실주의자-테러리스트를 등장시키고 있다)에게 테러를 당한 엘레그라는 상처를 입고 몸을 피한다. 이때부터 그녀를 보호하게 된 견습사원 테드와 엘레그라는 필사의 도주를 시작하고 엘레그라는 엑시스텐즈(게임기)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테드에게 같이 엑시스텐즈에게 접속할 것을 부탁한다.

그것에 동의한 테드는 주유소, 게임 가게와 기묘한 공장, 중국식 식당 그리고 산장 등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공간적 이동을 거치면서 엘레그라와 함께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모호해 지는 현실과 게임의 경계 - 그렇다면 현실이란?




엑시스텐즈(게임기)는 하나의 생체 장치이다. 그것에는 이전의 게임처럼 게임진행 상황을 출력해줄 모니터도 필요 없고, 각종 커맨드를 입력할 패드나 키보드, 스틱도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같은 가상을 제공함으로써 유저를 가상현실에 몰입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설정이 보인다. 게임기는 합성수지로 피복된 금속 케이블 대신에 흡사 탯줄처럼 생긴 생체 케이블이 유저의 중추신경과 접속함으로써 게임기와 유저를 연결시키고 있다. 게임기에 접속해서 새로운 현실과 조우하기를 기다리는 유저, 그리고 모체의 태반에서 탯줄에 의지해 세상과 조우하기를 기다리는 태아는 묘하게 연결된다.(기계 케이블이 아닌 생체케이블로 연결된 유저는 엑시스텐즈와 연결된 그 상태로도 생존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탯줄을 끊고 현실로 나와야 하는 운명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게임기와 유저가 묶여있는 한 현실과 유사한 감각과 피드백을 보여주는 가상현실 속에서 유저는 생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생체케이블에서 분리되는 순간 자아의 종횡무진을 보장해주는 가상현실 속에서의 생존은 종말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현실과 유사한’ 가상현실이 끝났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게임을 중단하고 나서 게임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 현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

바이오포트를 척추에 박기 위해 주유소 앞에서 섰을 때 신화속의 어느 괴물을 닮은 머리 두 개 달린 파충류의 등장은 테드에겐 현실임을 깨우쳐주지 않는 너무나 불친절한 현실이다. 그리고 영화의 초반에 테러리스트의 무기로 등장했던 기이한 뼈로 만든 총신에 사람의 이빨을 탄환으로 한 총의 출현도 역시 마찬가지로 현실이라 믿기엔 너무나 당황스럽다. 그런 상황에서 테드가 체험한 가상현실은 이미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게 되어버린 세계이다. 또, 주유소-산장-게임가게-기묘한 공장-중국식 식당-기묘한 공장-산장으로 이어지는 계속적인 공간이동의 과정에서 테드는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자아의 방류를 경험하고 결국 현실 속의 자신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자기도 몰랐던 엘레그라와의 은밀한 접촉의 욕구가 가상의 현실에서 실현되고, 식당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도 타자들은 ‘신경쓰지 말라’는 한 마디에 그저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한다. 결국 테드는 그동안 억압되었던 여러 자아의 방류를 거쳐서 다중자아의 주체로 재구성된다.

문제는 이러한 ‘자아 방류’의 결과는 ‘현실’이란 것을 재정의하게 만든다. 원래 ‘현실’이란 것이 개인의 주관적 인식과는 독립된 실재로서의 ‘현실’을 의미했다면, 이제 엑시스텐즈와 접속한 유저에게 주관적 인식과 독립한 실재라는 무의미해지게 되는 것이다. 현실과 유사한 물리적인 배치가 가상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러한 조건 속에서 억압된 여러 자아의 표출이 제약없이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각각의 자아 캐릭터에 충실하게 된다면 결국 현실(주관적 인식과 독립한 실재로서의 현실)속의 자아도 가상현실 속에서 방류되었던 여러 자아 중의 하나와 동일한 위상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객관적 실재라고 하는 것은 가상현실 속에서 방류된 자아의 한 형식으로서의 현실의 자아에게 있어 ‘있거나 말거나’ 하는 정도의 것에 지나지 않게 되고(“근원적인 세계는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부될 필요는 없으나 전부 잃어버려도 괜찮은 세계이다.”-넬슨 굿먼), 결국 주관적 인식에 의해 비춰진 세계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현실이라는 것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존재하면서 각종 제한과 제약과, 법칙으로 나를 구속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내가 인식하는 대로 새롭게 구성된 세계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엑시스텐즈(eXisteZ)는 결국 새로운 현상계 내지는 현실을 구성해 버린 셈이다.




몰입 - 오락과 에로티시즘의 결합!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실의 구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키워드는 ‘몰입’(consentration)에 있다. 앞서 말했듯 현실과 가상공간의 끊임없는 왕래,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현실의 새로운 구성이 가능하려면 가상현실에의 빈번한 접근(Access)이 필요하다. 그러한 빈번한 접근이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몰입장치이며, 엑시스텐즈는 몰입장치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소 흉물스러워 보이는 게임기 엑시스텐즈(eXistenZ). 그것은 유두같은 돌기가 있고 그것을 애무하듯 주무르면 작동하는 게임기이다. 그리고 생체 케이블의 종단은 흡사 남성의 성기와 같이 뾰족한데다가, 척추신경에 연결된 바이오포트에 꽂기 전에 오일을 칠하고 삽입하는 장면은 성교(SEX)를 연상시킨다. 애초의 가상현실로서의 게임이 시공간의 압축과 자유로운 자아의 방류를 통해서 몰입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인데다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대로 게임이 가진 인터페이스에 감각적 효과로서 성적 코드가 결합되면서 몰입의 효과는 자연스러움 또는 중독을 통하여 배가되고 사용자는 점점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진다.




왜 엑시스텐즈(eXistenZ)인가?




영화제목 엑시스텐즈(eXistenZ)는 게임기의 이름이긴 하지만, 현존 또는 실존을 의미하는 영어 existence와 유사하다. 현존(existence)은 본질(essence)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현존이 어떤 사물이 (현재)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본질은 그 사물의 본성이 무엇인가? 즉 사물의 근본적 속성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지만, 흑인종, 백인종, 황인종은 우연적인 존재의 형태이다.

결국 현존을 뜻하는 existence와 유사한 엑시스텐즈(eXistenZ)는 앞서 말한 현존과 본질의 차이에서 보다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가상현실과 접속을 통한 후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결국 새롭게 현실을 구성하게 된 인간.. 고전적 의미에서 현실의 본질은 휘발되고 지금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것(모순되게도 굉장히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라 할지라도)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당돌한 게임기이자 영화제목인 ‘엑시스텐즈(eXistenZ)’인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엑시스텐즈를 체험하고 죽음의 위기에 놓인 한 중국인은 말한다. "우리 아직도 게임중인가요?" 테드와 엘레그라는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보기엔 게임같은 현실로 보였다.





엘레그라는 굉장히 섹시해 보였고, 주드로에게서는 에너미 앳더 게이트에서 보았던 뭐라 딱히 짚어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영화 자체는 그다지...... -_- 별 세 개 정도쯤 될까?.... 뭐 얘기하는 맥락이야, 매트릭스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매트릭스의 수사학적인 액션만 따로 떼어내서 견준다고 매트릭스에 좀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독단이다.....^^;

감독이 크로넨버그라....... 구도를 만들고 장치를 심어놓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알겠는데.. 영화 자체를 영화답게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이것도 독단이지만....



음........ 다소 스포일러가...........-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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