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세월

작성자과객 6|작성시간26.06.12|조회수23 목록 댓글 0

#옛날옛날에

- 무정세월 -

한 삼십년도 넘었지 싶은데(1970년대초?)엄동설한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마을회관에서 들리는 이장님의 방송에 온 동네가 술렁거렸지요. 간밤에 마을 입구인 철길쪽인가에서 거지가 얼어 죽어서 긴급회의를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한두 시간 후, 마을 뒤 동산에서 자체 화장하기로 결정된 모양이었습니다.

하여 여기저기 집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동산으로 향하는데 이웃마을 사람들도 석유병을 하나씩 들고 가는 걸로 보아 썩 협조가 잘되는 모양이었지요.

연기가 오르고 한 시간 후 쯤 현장으로 가봤더니 모닥불가에서 동네 형들 두엇이 소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헌데 이미 사위어가는 모닥불엔 시신 비슷한 것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모여든 사람들이 시신이 다 타기도 전에 유골을 한두 개씩 가지고 사라져버려 그렇다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사람의 뼈가 이런 저런 병에 특효인 수가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 고질병이나 불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소문에 혹해서 챙겨갔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거지이기로서니 파출소의 동의는 얻었다지만 아무데서나 경찰 입회도 없이 시신을 태우고 절취할 수가 있는 것인지?

인상착의도 알 수 없는 40대의 거지가 가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무정무상한 것, 의대에 실습용으로 기부하는 판에 결국은 썩을 한 몸둥이 보시하여 여럿의 병에 도움이 되거나 위안을 주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요.

하지만 두 시간도 채 못되어 시신 하나가 게눈 감추듯이 해체되어 유골하나 안 남기고 사라지는 야만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기야 인골뿐인가요, 한겨울 추위나 큰 눈에 마을로 잘못 내려온 고라니나 오소리 노루 너구리 꿩 산비둘기등을 가차 없이 때려잡아 배를 채우고 마는 인간의 그 몰인정을 떠올리고는 새삼 더 추워졌던 것뿐입니다.


그 거지의 뼈를 가져간 사람중엔 정력에 좋을 거라고 믿은 사람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술 담가 먹으려던 이도 있었을지? 다른 환자에게 팔아먹을 궁리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다들 가져가니까 나도 만약에 대비해 챙겨두자 하는 이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티벳인가 저 참혹한 조장(鳥葬)의 장면도 봤고 인도 갠지스강가의 수많은 시체들 화장처리도 들었지만...근자엔 중국산 태아인육캡슐이 수입되어 팔린다고 하여 큰문제가 되고 있다지요.

.....아미타아불~~


https://youtu.be/eoRmbd3R-dQ

소스넣기

삼국시대, 진표율사인가가 출가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개구리를 수십 마리 잡아서 입을 줄로 꿰어 개울가 나무에 묶어두고는 그 일을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고 한다. 다음해 봄인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요란하여 가보니 바로 전에 자기가 잡아서 그렇게 해놓은 개구리가 모두 한 꿰미가 되어 꼼짝하지도 못하고 그때까지 고통받고 있더란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승 혜통의 출가내력도 기막히다. 친구들과 수달을 잡아서 구워먹었는데...자고 일어나니 그 뼈다귀가 모두 없어지고 땅에 질질 끌린 흔적만 남아있었다. 흔적을 따라가보니 개울가의 어떤 굴에 뼈다귀가 온전한 골격 형태로 누워있었는데 새끼 다섯마리가 유골에 안겨 꼬물거리고 있더란다.

2012,5 세이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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