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차원 다른' 여행 목적지 멜버른 ②
연합뉴스 2023-04-13
(멜버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멜버른에는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른 차원의 관광 매력들이 존재한다. 열기구를 타고 도심 고층빌딩 위를 날거나, 목욕가운을 입은 채 모닝턴의 스파 동산을 다니며 온천 체험을 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헬기를 탄 채 호주 관광의 상징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관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호주 관광의 상징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 [사진/성연재 기자]
◇ 하늘에서 본 십이사도
빅토리아주 멜버른 남서쪽에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토키에서 알란스 포드까지 243㎞에 장쾌한 해안을 따라 달리는 풍경이 일품인 도로다. 절벽과 해변 가장자리, 강 하구를 가로질러 달리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이 도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용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로, 참전 용사들은 중장비 없이 오로지 삽과 곡괭이 등으로만 길을 파기 시작해 16년 만에 길을 완공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초입에는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아치'가 서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캠핑카와 캐러밴들이 수없이 지나간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핵심은 십이사도다. 예수의 열두 제자를 뜻하는 기암괴석이 바다 한가운데 수직으로 서 있다.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바위기둥이다. 원래는 12개였으나 침식 작용으로 무너져 지금은 7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을 '죽기 전에 반드시 가 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십이사도를 감상하는 최상의 방법은 헬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의 관광객이 지상에서 평면적인 풍경만을 볼 수 있다면, 공중에서 볼 경우에는 입체감을 느끼며 3차원적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7인승 헬기와 3인승 헬기가 있는데, 감상하기에는 앞자리가 더 좋다. 다행히 7인승의 경우 앞자리에 3석이나 마련돼 있어서 좋은 풍경을 보면서 갈 수 있었다.
빨간색 헬기는 이륙했나 싶었는데 이내 깎아지른 절벽을 훌쩍 뛰어넘어 바다 한가운데로 접어든다. 오른쪽 창문을 통해 십이사도가 발아래로 보였다. 파란 바다가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이 장관이다. 헬기에서는 절벽을 따라 난 도로와 절벽, 십이사도가 한눈에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15분의 짧은 비행이 끝나면 '조금만 더 탔으면'하는 아쉬움이 든다.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 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 모닝턴반도의 '스파 동산'
'호주에 무슨 온천이?'라는 의문을 품고 방문한 모닝턴반도의 스파는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안겨줬다. 온천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전통 료칸은 숙박시설 한 곳마다 대략 서너 개가량의 온천욕장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닝턴반도 끝에서 맞닥뜨린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 온천은 거대한 언덕 전체에 70개가 넘는 아기자기한 온천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형태였다. 이 스파를 개발한 것은 일본인이라고 한다.
온천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샤워를 한 뒤 목욕가운을 입는다. 슬리퍼 차림으로 나서면 옹달샘 모양의 작은 온천에 비키니 차림의 연인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눈을 감고 뜨거운 온천물을 즐기는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또 다른 연인들이 온천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또 다른 온천을 찾아 몸을 담글 수 있었다.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 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몸을 담근 채 여유를 즐기다 보니 가족 단위 또는 연인 단위 입욕객들이 끊임없이 지나간다. 온천에서 나와 동산을 따라 올라갔더니 가슴이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동산 가장 위쪽 온천은 여러 가족이 함께 온천욕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넓었다. 가족과 연인들이 섞여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의 경치는 기존에 우리가 경험했던 온천과는 상당히 다르다. 동산 위에서 저 멀리 반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이곳에는 16세 이상의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스파 드리밍 센터가 있다. 스파 트리트먼트와 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배스 하우스에서는 전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50가지 이상의 목욕 방법을 경험할 수 있으며, 스파 드림 센터에서는 몸속의 독소를 씻어내는 '지열 욕조'가 있다. 이곳은 특히 커플들을 위한 개인 욕장도 운영 중이다.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에서는 글램핑 시설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멜버른 상공의 열기구 [사진/ 성연재 기자]
◇ 도심 위 두둥실… 다른 차원의 열기구
남북 대치 상황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도 도심 상공을 비행할 방법은 없다. 심지어는 드론을 띄우는 것도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가끔 미디어를 통해 보는 서울 도심의 영상과 사진은 각 매체가 어려운 서류작업 끝에 촬영한 결과물이다. 이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도심 위 비행은 '금단의 열매'다. 그러나 이런 금단의 열매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멜버른에서 얻었다. 도심 위를 열기구를 타고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하려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우선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가량부터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벤츠 스프린터 승합차가 호텔 앞으로 픽업을 왔다. 뒤에 열기구 트레일러를 매단 승합차는 승객들을 싣고 어둠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멜버른 서쪽의 뉴포트 파크다. 벌써 여러 대의 벤츠 스프린터가 도착해 있다. 열기구의 정원은 대략 8명으로, 예약에 따라 인원이 배정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태프들의 지시를 받으며 온몸을 던져 열기구를 펼치는 것이다.
열기구 점화 [사진/성연재 기자]
이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열기구가 펼쳐지면 바람을 불어넣고 일정한 모양이 완성되면 그때부터 화염으로 열기구를 띄우기 시작한다. 뜰 것 같지 않았던 거대한 열기구가 지상에서 수미터 위로 올라가자 스태프 중 한 명이 줄을 풀었다. 그야말로 두둥실 열기구가 하늘로 떠 오른다. 바로 옆이 항구라 수많은 화물선이 분주하게 오가는 항구를 스치듯 지나간다. 상선의 브리지와도 높이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흥분이 고조된다.
스릴감 넘치는 열기구 탑승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과정은 1시간여 동안 계속 진행된다. 하늘 높이 두둥실 떠서 빌딩 아주 높은 고도로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것은 착각이었다. 열기구는 계속해서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도심으로 날아갔고, 마천루 위에 다다랐을 때도 빌딩 높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스릴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다. 열기구에 오른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때마침 떠오른 아침 햇살에 빌딩들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바로 위를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기 어려운 도심 열기구 여행의 핵심 장면이다. 열기구를 움직이는 캡틴은 아이패드로 나타나는 기상 상태를 끊임없이 주시하며 화염으로 고도를 조절했다. 1시간여를 날아가던 열기구는 한 크리켓 구장 위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열기구를 접다 보니 다른 열기구들이 착륙하기 시작한다. 열기구를 타고 '멜버른 탈환 작전'을 벌인 공수 대원이 된 느낌이었다.
퍼핑 빌리 증기기관차 [사진/성연재 기자]
◇ 꼬마 기관차 토마스의 모델 '퍼핑 빌리'
멜버른 동쪽 아래 단데농에서는 '토마스와 친구들'의 꼬마 기관차의 모델인 '퍼핑 빌리'(Puffing Billy) 기차를 만날 수 있다. '퍼핑'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의 칙칙폭폭에 해당하는 말로, 증기기관차가 증기를 내뿜는 모습을 표현한 단어다. 이 기차가 매력적인 이유는, 실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직접 타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증기 철도는 빅토리아 초기 철도 시대의 유물이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증기 철도이며,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증기 철도 중 하나로 꼽힌다. 빈티지 증기 기관차는 단데농 산맥을 통과해 벨그레이브에서 멘지스 크릭과 에메랄드를 거쳐 레이크사이드 역까지 13km 거리를 달린다. 왕복은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지만, 이번에는 편도만을 끊었다. 퍼핑 빌리가 출발하는 벨그레이브역은 시작부터 왁자지껄 활기찬 분위기다. 역무원들은 모두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퍼핑 빌리 증기기관차는 뒤쪽 오른쪽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사진/성연재 기자]
각자의 객차에 올라야 하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다. 기차가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양해를 받아 자리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기차는 차창에 걸터앉아 발을 쑥 내민 채 달릴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이다. 반드시 오른쪽 자리에 앉아야 한다.
왜냐하면 벨그레이브역을 떠난 지 몇 분 뒤 나타나는 목재 교각 장면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재 다리는 마치 고전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던 그 나무다리를 연상시킬 만큼 웅장하고 아름답다. 오른쪽으로 굽은 나무다리 위를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찍기 위해서는 팔을 쭉 내밀어야 한다. 가장 멋진 장면을 놓쳤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백악기 때 형성된 그대로의 숲이 1시간 내내 펼쳐지니까 말이다.
레이크사이드 역에 내리면 새롭게 단장된 깔끔한 역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식당 옆에 마련된 간단한 박물관에서 토마스 기차의 모형이 된 증기기관차를 관람할 수 있다. 토마스 기차는 1946년에 탄생한 유명한 영국의 기관차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주인공이다.
캐세이퍼시픽 기내식 [사진/성연재 기자]
◇ 직항 없는 멜버른 여행…항공편은 어떻게
멜버른 여행을 위해서는 홍콩에서 환승하는 캐세이퍼시픽을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현재 한국에서 멜버른으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없기 때문이다. 시드니 직항 항공편을 이용해 호주에 도착하는 것이 편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산이다. 시드니 직항의 경우 모든 승객이 반드시 시드니 공항에서 짐을 찾아 검사를 받은 뒤 다시 부치고 멜버른행 국내선을 타야 한다.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하면 인천공항에서 부친 짐을 멜버른 공항에서 바로 찾을 수가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스케줄은 캐세이퍼시픽만의 장점이다. 다른 항공사의 경우 일률적으로 밤 비행기만을 운영하지만, 캐세이퍼시픽은 오전 항공편을 포함해 인천-홍콩 노선을 매일 3회(때로는 4회), 주 24회로 운항하고 있다.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면 오전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들어가 홍콩 시내 관광을 짧게 하고 멜버른으로 향할 수도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