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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상식

음양오행과 우리음악

작성자소리길|작성시간09.04.24|조회수534 목록 댓글 0

I. 음양오행과 우리 음악


 음양(陰陽)은 동양문화권에서 우주인식과 사상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원리로, 만물을 음양이라는 두 가지 상으로 보는 사고방법이다. 즉 음양사상에서는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이 음양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 예를 들어 남녀․천지․건습․장단․강약 등 여러 사물의 상대적 상호관계를 명암을 뜻하는 음양이라는 말에 통일시킨 것이다. 이러한 음양사상에 따르면 수는 양수(陽數)와 음수(陰數)로 구분되며, 홀수는 양수에, 짝수는 음수에 해당한다.

 오행사상은 인간의 생명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화(火)․수(水)․목(木)․금(金)․토(土)의 다섯 가지 물질을 이루고, 그것들이 만물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의 근본성질을 의미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만물과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하나의 사상체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오행적 우주관에 의하면 동서남북 및 중앙의 다섯 방위(方位)가 주된 골격을 이루고 있고, 이 다섯 방위에 청적황흑백(靑赤黃黑白)의 다섯 색을 할당하였으며, 계절과 오음(五音),오상(五常),오장(五臟),오정(五情),오미(五味) 등을 연결하여 설명하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오행설의  배치 일람표

유성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방향

중앙

계절

여름

사계절

가을

겨울

색깔

푸른색

빨간색

노란색

흰색

검정색

음악

각(角)

치(徵)

궁(宮)

우(羽)

상(商)

오상

인(仁)

예(禮)

신(信)

의(義)

지(智)

장기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

오정

희(喜)

락(樂)

욕(慾)

노(怒)

애(哀)

오미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가축

돼지



  서울의 동대문의 이름이 숭인지문(崇仁之門)이며,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이고,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북쪽 작은 대문은 홍지문(弘智門)으로, 성 안 종로에 있는 보신각(普信閣)들도 오행의 표현인 것이다. 또한 일주일 주기를 ‘일월화수목금토’로 말하는데, 그 중 일월(日月)이 음양이고,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가 오행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에서도 사람의 손에 대해 엄지가 두 마디인 것은 하늘과 땅의 음양으로 나뉜 것이고, 네 손가락은 첫손가락이 정월, 이월, 삼월, 둘째 손가락이 사월, 오월, 유월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검지와 약지는 봄․가을이라 길이가 엇비슷하고, 장지는 여름이니 길고, 소지는 겨울이라 짧다고 파악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처럼 우리전통문화의 상당부분은 음양오행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전통악기 중에 축(柷)과 어(敔)라는 악기가 있다. 종묘제례악이나 문묘제례악 따위 제사를 지낼 때 주로 사용되는 이 악기들은 모양새와 연주법이 특이하여 눈길을 끈다. 즉 축은 속이 빈 나무상자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궤짝 같은 모양이고, 어는 엎드린 자세의 나무호랑이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아 궁궐에 있는 해태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축은 녹색바탕에 옆면에는 산수화를 그리고, 윗면에는 구름모양을 그려 놓았으며, 어는 톱니모양의 등에 온 몸은 흰색을 칠하여 산신령을 호위하는 흰 호랑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축과 어는 그 모양만으로도 제례의 엄숙함과 위엄을 느끼게 하여, 그 소리도 무언가 그윽하고 우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 소리와 연주법을 보면 이러한 생각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축은 나무공이로 나무를 내려치기 때문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어는 갈라진 대나무로 나무를 때려 키를 켜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상하거나 아름다운 악기소리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두 악기의 연주법과 리듬은 너무나 간단하고 단순하여서 더더욱 악기라고 여기기 힘들다.  즉 축은 나무공이로 상자 속을 두들겨서 단순한 리듬(쿵- 쿵쿵)을 3번 반복하며, 어는 아홉 조각으로 가른 대나무 채로 톱니모양을 한 나무 호랑이의 목 뒷덜미를 세 번 친 후 27개의 나무톱니로 된 등줄기를 긁어내리는 리듬(딱딱딱 드르르륵)을 또한 3번 반복한다. 이러한 연주는 어린아이들도 특별한 훈련 없이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주기능의 측면으로 본다면, 축과 어를 악기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악기의 철학적인 면이나 상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왜 우리 조상들이 축과 어를 악기로 인식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본래 축은 봄과 시작을 상징하기 때문에 동쪽에 배치되어 음악의 시작을 알리며, 동쪽은 청색(靑色)에 해당되기 때문에 푸른색을 칠한다. 반면에 어는 가을과 끝을 의미하기 때문에 서쪽에 배치되어 음악의 끝을 알리며, 서쪽의 방향색인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더구나 축은 양(陽)이면서 그 사방의 길이를 음(陰)의 수인 2척4촌으로 한정하였고, 어도 음(陰)이면서 두들기는 횟수를 양(陽)의 수인 3으로 하여 음양의 조화를 꾀하였다.

  이렇듯 우리 악기는 원래 기능적인 면보다는 철학적인 의미를 강조하여 상징화시킨 것이 많다. 그리고 그런 철학의 대부분은 음양(陰陽)사상과 오행(五行)사상이 그 뿌리를 이루고 있다. 이런 오행사상은 비단 악기 자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음악이론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음양오행사상은 악기의 배치법인 악현이나 악기편성, 악기의 색 등은 물론이고 음악이론 등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음악에서는 서양에서의 12음명과 같은 의미로 12율명을 사용하는데, 황종(黃鐘)․대려(大呂)․태주(太簇)․협종(夾鐘)․고선(姑洗)․중려(仲呂)․유빈(蕤賓)․임종(林鐘)․이칙(夷則)․남려(南呂)․무역(無射)․응종(應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12율명은 음양의 이치에 따라 홀수에 해당하는 음은 양률(陽律), 짝수에 해당하는 음은 음려(陰呂)라고 한다. 이러한 양률과 음려는 음양이론에 따라 그 주음을 적용시켜 연주한다.

  음양오행사상은 악기의 배치법인 악현(樂縣)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음악에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대가 하나 설치되지만, 한국음악에서는 보통 2개의 악대가 설치된다. 즉 궁궐에서 법도에 맞게 갖추어진 악대(樂隊)는 반드시 당상악(堂上樂)과 당하악(堂下樂)의 두 악대로 구분하여 배치하는 것이 원칙인데, 높은 장소에 위치한 당상악이 양의 위치이고, 낮은 곳에 위치한 당하악은 음에 해당된다. 이러한 음양의 악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음양의 이치를 따지는데, 양의 위치인 등가(登歌)에서는 음(陰)의 음(音)인 음려(陰呂)가 주음이 되어야 하고, 음의 위치인 헌가(軒架)에서는 양(陽의) 음인 양률(陽律)을 주음으로 하는 음악을 연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음이 낮거나 높다는 기능적인 면을 고려한 이조(移調)의 개념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악기를 편성할 때 음양이론에 따라 악기에 음양을 상징하는 생물을 장식하거나 악기 자체를 음과 양으로 나누어 각각 한 쌍으로 배치함으로써 음양의 합일(合一)을 상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을 거는 고리를 두 마리의 용이 맞보고 있는 형태를 하는 편종은 시작을 알리기 때문에 푸른색을 칠하여 동쪽에 배치시키며, 끝을 상징하는 의미로 흰 오리를 받침대 위에 세워 서쪽에 배치시키는 편경과 항상 같이 진열된다. 이런 예는 앞에서 언급한 축과 어도 마찬가지다.

 한편 궁중무용 중 처용무에서는 5명의 무용수가 다섯 방위에 해당하는 색깔의 탈과 의상을 입고 추는데, 이도 역시 무용예술에 음양오행적 사상을 내포시켜 시각적 효과와 함께 나라의 무사평안을 기원하는 의도인 것이다.

 본래 우리 전통악기는 기능적인 면보다는 철학적인 의미를 강조하여 상징화시킨 것이 많다. 그리고 그런 철학의 대부분은 음양오행(陰陽五行)사상이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악교육은 연주기능과 함께 그 이면에 담긴 의미까지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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