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를마뉴와 카롤링거 르네상스(Charlemagne & Caroligian renaissance)
서로마제국의 멸망(476) 이후 르네상스가 시작되기까지 약 천 년의 중세(中世)가 일관되고 단일하게 암흑시대(Dark Ages)였다고 여기는 것은 전형적인 역사적 신화이다.
중세는 그 시대에 이름을 부여한 14세기 이탈리아 인문주의자들의 생각처럼 단지 고대와 근대 사이에 끼어 있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시대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문명을 지닌 시대였다. 더군다나 도시와 상업의 발달, 인간 욕망과 정서에 대한 수용 등 근대적인 요소의 맹아들은 이미 중세 말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중세(medium aevum)가 암흑시대(secoli bui)라는 표현은 성 프란체스코, 단테, 조토에게서 보여지듯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13-14세기 프로토-르네상스(Proto-Renaissance) 시기를 살았던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74)의 주장에서 비롯된다. 그는 당대의 시대적 사명이 중세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옛 선조들의 빛나는 고전고대의 부활(rinascita)에 있음을 주장함으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인식하였다.
중세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18세기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재생산되면서 오늘날까지도 통용되며 허구적 서사를 낳고 있다. 굳이 암흑의 시대로 부를 수 있는 시기는 민족대이동(Völkerwanderung, 375/376-568) 직후 고트족, 반달족, 프랑크족, 롬바르드족 등 게르만 왕국들이 할거하던 초기 중세(Early Medieval Period, late 5-10c.)에 국한할 수 있다.
하지만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Edward Gibbon, 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1770-88)에서 읽어지듯 서로마제국의 몰락은 일순간에 발생한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누적된 내부 요인에 외부의 침입이 더해져 일어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또한 민족대이동 시기에 서로마제국의 고전고대 문화와 기독교를 접촉한 게르만족들은 가급적 양자를 수용하려고 하였다.
고전고대에서 중세로의 완만한 전이 단계였던 고대 후기(Late Antiquity, 3-8c.)를 매듭지으며 서유럽의 독자성을 지닌 본격적인 중세로의 진입을 예비한 것이 9세기 프랑크 제국의 샤를마뉴(Charlemagne, 747/748-814)와 그 후예들이 이룩한 카롤링거 르네상스(Carolingian
renaissance)이다.
그들은 고전고대의 부활을 통해 고대 후기와 초기 중세를 연결하려 하였다. 그런데 고대 로마의 유산을 계승하려 한 ‘제국의 재건(Renovatio imperii)’ 이념은 엄밀히 말해 콘스탄티누스 시대의 재건을 의미한다.
주후 800년 성탄절에 교황 레오 3세에 의해 서방 세계의 황제로 즉위한 샤를마뉴는 자신을 서방 기독교 세계(christliches Abendland)의 보호자로 자임하며 콘스탄티누스대제와 그의 시대를 모델로 여겼다. 콘스탄티누스대제는 기독교를 공인하였으며 옛 이교 로마제국과 새 기독교 로마제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한 인물이다.
샤를마뉴와 그의 후예들은 초기 기독교 시대의 예술 양식, 특히 콘스탄티누스 시대의 기독교미술을 재생하려고 하였다.
이번에 NCD 교회개발원이 개최하는 온라인 강연에서 샤를마뉴와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주제로 알프스 이북에 기독교가 수용된 후 전개된 고전고대와 게르만, 기독교가 통합된 새로운 미술 현상을 살펴보려고 한다.
몇 해 전 NCD에서 초기기독교미술(Early Christian Art) 시기의 예술과 교회건축의 태동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 후속 강연으로 초기기독교미술이 알프스 이북 서유럽에서 어떻게 재생, 변화하며 본격적인 서유럽의 중세적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는지를 해명하려고 한다.
이후 형편이 허락되면 카롤링거 미술과 서유럽의 독자적 예술 양식인 로마네스크 미술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 전-로마네스크(Pre-Romanesque) 오토 왕조의 미술(Ottonian Art) 그리고 고전고대와의 접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기독교를 수용한 브리튼 제도(영국, 아일랜드)의 독특한 켈트 기독교 섬 미술(Insular Art)을 계속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 주제 : 샤를마뉴와 카롤링거 르네상스(Charlemagne & Caroligian renaissance)
- 일시 : 2025년 10월 30일(목) 10:30-12:30
- 참여 : NCD 교회개발원 줌(Zoom), 포스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