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유문/ 서정주

작성자빈하루|작성시간22.04.20|조회수178 목록 댓글 2

 

 춘향유문/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 <서정주 시선>(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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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의 유언 형식으로 쓴 시라 여성적이고 어투가 섬세하다. 하지만 생사와 시공을 초월한 불변불멸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라 애절하면서도 격렬하다. 죽음조차 그 운명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으며, 검은 물이 구름 되고 다시 소나기 되어 도련님을 향해 사랑으로 퍼부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나 끔찍한 춘향의 사랑이기에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화신으로 지금까지 추앙받는 건 아닐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설정되지만 죽음 앞에서도 그 사랑을 구부리지 않고 초연히 곧추세우기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선 그저 립서비스가 아닌 사후세계에서도 그의 사랑 안에 있다는 확신으로, 저승이 자신의 사랑보다 먼 '딴 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 아니었을까. 지난 해 봉화에 갔다가 ‘溪西堂’이란 아주 흥미로운 곳을 찾은 적이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자료 171호)인 이곳은 ‘이몽룡’이 살았던 곳이며, 그 이몽룡은 전주이씨가 아닌 창녕성씨 ‘成以性’(호 계서)이란 이야기다. 따라서 성춘향도 ‘이춘향’일 가능성이 높고 ‘춘향전’에서 두 사람의 성이 바뀐 채 각색되어 등장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러 정황증거가 있다는데 특히 춘향전의 어사출도 장면에서 어사가 걸인행색으로 들어가  변사또 앞에서 읊은 “금준미주는 천인혈‘로 시작되는 시와 성씨문중에 전해오는 문헌의 내용이 그대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춘향전 줄거리의 절반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기막힌 사랑이 실재했다는 가정으로 단옷날 그네 뛰는 장면을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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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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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가원 | 작성시간 22.04.21 울나라 젊은 남녀 사랑의 대표적
    인물들이죠.^^
  • 답댓글 작성자빈하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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