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권옥술

작성자빈하루|작성시간22.11.07|조회수21 목록 댓글 3

 

 외딴집/ 권옥술

 

가리재고개, 쇄재터널

비행기재터널, 밤취고개

아리랑고개

 

겹겹이 쌓인 봉우리 마다

때 묻지 않은 하늘의 손이

구름 비벼서 만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인적 드문 너와집

잡초 무성한 채

나그네 반기고

허리 굽은 할아버지

힘겨운 그림자처럼

빨랫줄에 펄럭이는 옷가지

 

그래도 울타리 옆 노란 꽃송이

산골 우체부 들고 온 손주녀석처럼

환한 웃음으로 반기고 있다

 

- 대구불교문인협회 동인지 <녹야원> (책마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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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찬찬히 따라 읽다 보면 산속 외딴 집 하나와 둘레의 풍광들이 또렷한 그림으로 잡힌다. 고개와 터널을 몇 번 넘고 빠져나와야 당도할 수 있는 곳이니 도회와는 먼 거리임에 틀림없다. 수필가 허창옥의 <각북 가는 길>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언젠가 어떤 문예지 편집자가 내 원고에 지명으로 등장한 ‘각북’이 혹시 ‘강북’ 아니냐고 확인전화를 했었다” 그 편집자는 큰 도시에 메여 살다보니 도시의 익숙한 지명에 함몰된 탓으로 ‘각북’은 그에게 낯설기 그지없는 외딴 지명이었으리라. 시와 무관한 지명이지만 각북은 대구에서 경북 청도로 넘어가는 길 각북면을 지칭하고 가수 이동원이 그 풍광에 반하여 오래전 눌러 앉았고 전유성 역시 같은 이유로 발목이 붙들린 곳이기도 하다.  

 

 송나라 학자 ‘예사’는 듣기에 좋은 소리들을 이렇게 열거했다. 소나무에 바람 지나가는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돌 놓는 소리, 섬돌에 비 떨어지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낭랑히 책 읽는 소리, 아이들 노는 소리... 예나 지금이나 그 듣기 좋은 소리의 품목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저 소리의 대부분을 지금의 도회에서는 듣기 힘들고 산골짝 ‘외딴 집’에 가서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인 아이들 글 읽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그래도 울타리 옆 노란 꽃송이’를 ‘산골 우체부 들고 온 손주녀석처럼’ ‘환한 웃음으로’ 반길 수 있어 ‘허리 굽은 할아버지’로서는 퍽 다행한 노릇이다. 

 

 이제 곧 낙엽 밟는 소리, 창에 눈 흩날리는 소리도 들릴 것이다. 환상이겠지만 그 가운데 여인의 조선옷 벗는 소리,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는 청도 운문사 비구니 새벽 예불 소리는 언제나 아름답다. 야구베트에 정통으로 공이 맞아 반발하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어디선가 시 읽는 소리까지 모두 듣기 좋은 소리로 다가오리라. 하지만 어찌 소리 만이겠는가. 눈 감고 그리기만 해도 보기 좋은 풍경들. 마음 한편 외딴 집 한 칸과 그 둘레를 들여 드문드문 꺼내 보고 듣고 하는 것 또한 도회에서 가능한 안빈낙도(安貧樂道)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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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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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가원 | 작성시간 22.11.08 고즈넉해 보이고 멋진 집이네요.
    4계절을 확실히 보여 주겠네요.

    근디 빈하루 님 댁 주소를 지도로 보니
    예쁘게 생긴 백구도 찍혔더군요.^^
    약슬재가 더 이뻐요!
  • 답댓글 작성자빈하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12 이크...
    제가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모습도?
  • 답댓글 작성자가원 | 작성시간 22.11.12 빈하루 
    자택 주소 gps 사진에 하루 님은 엄꼬요.
    예쁜이 백구가 폴짝 뛰고 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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