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애인/ 신표균

작성자빈하루|작성시간23.11.03|조회수29 목록 댓글 2

 

당뇨애인/ 신표균

 

전혀 뜻밖에 내게
애인이 생겼습니다
예상치도 바라지도 않은 그가
짝사랑을 해왔는지
집시되어 떠돌다
손잡아 주는 이 하나 없자
나를 찜한 모양입니다
징그러워 온 몸 움츠리는데
그는 신이 나서
혈관타고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내 육체를 농락하고 있습니다
조심조심 뜨는 밥숟가락에도 제 먼저 올라앉고
물 한 모금 과일 한 쪽 먹는데도
떨어질 줄 모릅니다
싫다고 싫다고 밀쳐내도
진드기처럼 붙어 다닙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라치면
마누라 사이에 끼어들어 커튼을 칩니다
아! 이젠 미움이 연민으로 바뀌어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그를 사랑하며 쓰다듬고 보듬어
동반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당뇨애인

 

- 시집 『어레미로 본 세상』(심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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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병은 숨기기보다 자랑하라고 말한다. 병을 광고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얻고 조금이나마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거니와 그 말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핸디캡을 숨기고 싶어 하지, 드러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행여 남이 알까 병원도 몰래 가고 약도 몰래 먹는다.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숨기는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겉으론 태연한 척 위로와 격려를 하지만 돌아서서는 마치 중병에 걸린 것처럼 수군대고 소문내어 당사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첨예한 경쟁관계에서 “그런 몸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깎아내려 득을 보려는 사람마저 있다. 몸이 아프다고 특별배려를 받는 것도 편치 않고, 중구난방으로 뭐가 좋으니 뭘 조심하라는 따위의 조언도 이미 푸지게 들어서 대개 알고 있는 것들이다. 개중에는 검증되지 않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있다. 종편방송 등에서 온종일 건강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천이 관건이다. 이래저래 병을 광고해서 얻는 유익보다는 자존심만 상하고 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주위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말 한마디라도 신경을 써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2명 이상이 당뇨환자’라고 한다.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더 높다. 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자녀의 당뇨병 발생률은 50%이고, 부모 중 1명이 당뇨병이면 발생률은 25% 정도라고 한다. 또 노인 인구 3명 중 1명이 당뇨병인 것으로 보고된다. 이런 상황이면 이미 ‘국민병'이 되어버린 셈인데, 문제는 당뇨병 유병자 10명 가운데 3명은 당뇨병인지도 모르고 지낸다는 것이다. 내 경우도 오줌을 누면 거품이 일고 소변기에서 튄 오줌으로 구두가 더렵혀지는 현상을 본 이후에야 병원을 찾았다. 결국 고혈압과 함께 당뇨 진단을 받아 지금 몇 년째 약을 먹고 있다.

 

당뇨병의 사회적 의미는 신체적인 의미 이상이다. 여러 신체기능저하와 제약으로 인한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타인의 질병에 대해 편견도 여전하다. '잠자리에 들라치면 마누라 사이에 끼어들어 커튼을 치기' 일쑤다. 그런 가운데서 자신의 '육체를 농락'하는 당뇨를 아예 숙명의 애인인양 자랑하며, '쓰다듬고 보듬어' '동반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시인의 의연하면서도 결연한 투병의지는 놀랍다. 그래서인지 가끔 시인을 뵈면 같은 연배의 어느 누구보다 건강하시다. 나도 좋아하는 술을 완전 끊지는 못하고 절주해야할 때는 이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아직 ‘애인’처럼 끼고 살 자신은 없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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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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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가원 | 작성시간 23.11.03 성인 당뇨 환자들이 엄청 늘고있다네요.
    성인 3대 질환인 고혈압.당뇨.고지혈.
    에혀~늙는 것도 서르븐디 질병까지...
  • 답댓글 작성자빈하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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