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問
한옥순
어젯밤 급작스레 쏟아 붓다시피 내린 폭우로
마을회관을 둘러싸고 있던 담이 무너졌단다
그 바람에 회관 입구에 당간지주처럼 서 있던
아직 한창 젊은 대추나무가 힘없이 쓰러졌단다
미처 손써볼 틈 없이 허리가 꺾어지고 말았단다
이른 아침부터 대추나무가 누워있는 주변이 숭숭하다
뒷산 뻐꾸기가 청정한 음성으로 부음을 알리고
앞 논에서는 일찍부터 개구리들 哭소리로 요란하다
유난히도 친분이 좋았던 이웃사촌 까치 아저씨가
납의衲衣를 정중하게 갖추고 가장 먼저 찾아왔고
소복 입은 나비부인이 그 다음으로 문상을 온다
뒤이어 구름 벗들이 서둘러 서둘러서 오는 기세다
낡은 내 자전거가 마을회관 앞에서 갑작스레 삐걱댄다
가끔씩 쉬어가던 대추나무자리 앞 평상 옆에 세워놓으니
페달도 핸들도 바퀴 살까지도 검은 그림자로 인사한다
옆 앵두나무 아가씨가 눈물 같은 알맹이를 후두둑 떨군다
지렁이가 꿈틀대는지 보도 블럭 틈이 어수선해진다
이만큼 살다보니 세상에 별 問喪 풍경을 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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