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조문
손 남 주
마중나와 선 듯
어슴어슴 길을 안내하는
화환 속을 따라간다
강을 건널 때처럼
이승의 신을 벗고
웃고 있는 친구 앞에
생전 첨 큰절을 한다
상주와의 몇 마디 문답으로
긴 세월 간단히
요약해서 정리하고
잊고 나온 봉투를 되돌아가
부의함에 넣는다
잠시 울컥했던 가슴에
짜릿한 소주 한 잔,
오가는 환담들로 각기
살아있는 자신을 확인하고 일어선다
뭔가 빈 듯
발걸음이 허둥겨려도
쩽쨍한 하늘 아래 저기,
집으로 가는 버스가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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