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는 죽음으로 썩어질 때, 비로소 생명의 열매가 피어납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땅에 묻혀 자신의 형체를 잃고 썩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시작됩니다. 씨앗이 자신을 보존하려고만 한다면 영원히 씨앗으로 남을 뿐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내어주고 죽음을 통과할 때 수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한 알의 밀알의 비유는 바로 이 생명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세상은 살아남기 위해 움켜쥐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은 내어줄 때 진정한 생명이 시작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 12장에서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두고 한 알의 밀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있었고, 헬라인들까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성공과 영광을 기대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전혀 다른 길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영광은 세상의 왕좌가 아니라 십자가였습니다. 사람들은 높아짐을 원했지만 예수님은 낮아지심을 선택하셨고, 사람들은 얻음을 원했지만 예수님은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완성되는 길이었고, 죄 가운데 죽어가던 인류에게 생명을 주는 길이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희생은 단순한 손해나 포기가 아닙니다. 희생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사랑은 말로만 증명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신을 내어줄 때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흘리는 눈물과 수고, 교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성도들의 섬김,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모든 행위 속에는 희생이 담겨 있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희생의 삶이 하나님 나라의 원리라고 가르칩니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생명을 속죄 제물로 내어주심으로 희생의 참된 의미를 보여주셨습니다. 죄 없으신 분이 죄인을 위하여 죽으셨고, 의로우신 분이 불의한 자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선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희생의 사건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셨습니다. 주님의 죽음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용서하는 것, 나의 유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것,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것 모두가 작은 밀알의 삶입니다. 이러한 희생은 때로 손해처럼 보이고 외로워 보일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결코 그것을 헛되게 하지 않으십니다.
결국 생명은 희생을 통해 자라납니다. 가정이 살아나는 것도 누군가의 희생 때문이며, 교회가 세워지는 것도 보이지 않는 헌신 때문이고, 한 영혼이 주님께 돌아오는 것도 누군가의 눈물 어린 기도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갈 때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십자가의 길은 결코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길 끝에는 부활이 있고, 열매가 있으며, 하나님의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석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