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y Gatlif (토니 갓리프) -본명: Michel Dahmani
이 Roma(집시)는 1948년 9월 10일 프랑스령 알제리의 외딴마을 기탄에서 안달루시아계의 어머니와 아랍혈통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 물론 모두 집시집안이다.
집시들은 12~14세 정도에 결혼을 하는 조혼풍습이 있는데 이는 힘닿는대로 종족을 보존하려는 무의식적인 강박에서 나오는 풍습인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알제리를 떠난것도 12세때 원치않던 결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것이다
"아이들이 500여명쯤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길에서 자유롭게 살았죠. 학교는 싫었고, 성적이나, 졸업장에도 관심 없었죠. 우리는 그저 갇혀 사는 것이 싫었습니다.
국가에선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에겐 더 이상 보조금을 대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지만. 전혀 소용없는 얘기였지요. 그런데 한교사가 그 문제를 해결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가 16미리 필름 프로젝터를 구입한 겁니다. 교내 씨네 클럽에 가입만하면 일주일에 영화 한편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이게 바로 저의 영화인생의 시작이랍니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빈털터리로 14살에 프랑스 마르세유와 파리사이를 방랑하며 돈 한푼 없이, 집 없는 아이로 떠돌기도하고 구두닦기로 길거리에서 살았다. 그러다 소년원에 감금되기도 한다.
이 시절의 경험이 그의 첫 번째 시나리오 LA RAGE DE POING의 주제가 된다. 그는 운이 좋게도 파리에 있는 재활원에 보내지고 그를 추천해주는 한 의사의 도움으로 연극수업에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이야기를 추억하며 이렇게 이야기 한다.
갓리프 자신의 이야기인 조국 알제리의 아픔과 보헤미안의 삶이 그의 작품에 꾸준한 주제로 등장한다. 토니는 간신히 연기학원에 등록을 하게 되는데 5년 후 클라우드 레기가 감독한 에드워드 본드 연극으로 TNP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 때 토니 갓리프는 소년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첫 번째 작품, 분노의 주먹 (LA RAGE AU POING)을 쓰게 된다.
1975년 그는 그의 첫 번째 영화인 LA TETE EN RUINE을 감독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상영된 바 없다. 3년 후 그는 프랑스계 알제리 정착민과 알제리 독립전쟁에 대항하는 그녀의 네 딸들의 이야기를 다룬 LA TERRE AU VENTRE를 감독하게 된다.
“그 당시, 저는 안드레아스 바아더의 이야기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그를 지지하면서 알제리 혁명에 관한 이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1981년 그는 스페인으로 가 그라나다와 세빌리아에서 온 집시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CORRE GITANO를 감독하게 된다.
"이 영화는 집시들의 실생활을 다룬 최초의 작품이며 플라멩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
이 영화 역시 그가 LES PRINCES로 주목을 받기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 프랑스에서 상영되지 않았었다. LES PRINCES는 파리 교외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집시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로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갓리프는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랬다. LES PRICES를 통해 그는 평생의 지인 중 한명인 제라드 이보비치를 만났고, 제작자인 이보비치가 그 직후 자끄 메스린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획안을 들고 왔지만 갓리프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이보비치는 전적으로 그의 자율의사에 맡겼다.
그 후로 갓리프는 루 드 드빠트 (RUE DU DEPART)의 각본과 감독을 맡는 기회를 잡았는데, 이 영화는 집을 뛰쳐나와 자신의 아버지의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가 그리는 보헤미안, 그들은 인생의 낙오자가 아닌 이 시대의 삶의 개척자들이다.그를 험담하는 사람들은 흔히 그의 유일한 관심사가 오로지 낙오자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PLEURE PAS MY LOVE를 통해 갓리프는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그가 맡은 다음 작품은 실직자를 소재로 한 버디무비로 사회 풍자 코미디인 GASPAD ET ROBINSON이다. 1992년에는 안전한 여행 (LARCHO DROM)에 대한 제작을 시작했는데, 이 영화는 집시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한된 제작상황만을 동반한 채 그는 집시들의 생계수단인 음악 여행길에 오른다. 라자스탄에서부터 안달루시아, 이집트, 터키, 루마니아, 헝가리 그리고 프랑스를 일년 내내 떠돌아 다니게 된다.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상(Un Certain Regard)"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갓리프의 다음 작품인 몬도 (MONDO)는 작가인 장 마리 쥐 레 클렌지오와의 만남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 영화는 어느 날 니스에 정착한 10세의 고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몬도 (MONDO)는 진주임과 동시에 칼입니다. 단검들의 더미에 대항하는 보석이죠."
1997년에는 루마니아의 집시 마을에 도착하여 잃어버린 가수를 찾아 헤매는 "가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가쵸 딜로 (GADJO DILO)로 프랑스는 물론 해외에서 비평가들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1년 후 갓리프는 자유주의자 JE SUIS NE D'UNE CIGOGNE에서 가쵸 딜로 부부, 즉 로맹 뒤리스와 로나 하트너와 재회하게 된다. 2000년에는 스페인의 플라멩고 무용수인 안토니오 카날레스의 데뷔작 벵고 (VENGO)를 선보이고, 이 영화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두 가족이 서로 경합을 벌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플라멩고 음악과 안달루시아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일종의 지중해에 대한 찬미가입니다."
1년 후에는, 프랑스 동부에서 스윙 (SWING)을 촬영하였는데 이 영화는 “장고 라인하르트와 같은”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사는 어린 소년 맥스와 집시 소년인 스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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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1973 MAX L'INDINE (단편)
1973 MAUSSANE (단편)
1975 LA TETEE EN RUINES (미발표)
1978 LA TERRE AU VENTRE
1982 CORRE GITANO (미발표)
1983 CANTA GITANO (단편)
1983 LES PRICES
1985 RUE DE DEPART
1989 PLEURE PAS MY LOVE
1990 GASPARD ET ROBINSON- 가스파르와 로빈슨
1993 LATCHO DROM -라쵸 드롬
1995 LUCUMI, L'ENFRANT RUMBEIRO DE CURA (단편)
1996 MONDO-몬도
1998 GADJO DILO-가쵸 딜로 (97 로카르노 영화제 은표범상, 여우주연상 수상작)
1999 JE SUIS NE D'UNE CIGOGNE-자유주의자
2000 VENGO -벵고
2002 SWING - 스윙
2004 VISIONS D'EUROPE (파리의 밤)
2004 EXILS (추방된 사람들)
2006 Transylvania(트란실바니아)
2009 LIBERTE Korkoro
2012 Indignados
2014 Geronimo
1983 Canta Gitano / Corre Gitano
<라초 드롬>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로 제한된 소수의 제작진만을 동반한 채 인도 라자스탄을 출발해서 이집트, 루마니아, 헝가리,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집시만족의 이동경로를 따라 일년을 누비고 다닌 끝에 만든 영화이다. 집시들의 음악과 화려한 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집시의 삶을 다룬 다른 영화들, 가령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처럼 집시의 삶을 희화화한 단면들을 보여주지 않고,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집시들을 보여준다.
‘라초 드롬( latcho drom: safe journey)’을 우리말로 하면 ‘안전한 여행’ 혹은 ‘무사한 여행’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텐데, 이 영화는 방랑할 수밖에 없는 집시들의 운명의 안녕을 기원한다. 영화 내내 우리를 사로잡는 집시들의 노래와 춤은, 항상 떠돌아야만 하는 그들의 운명이 무사하길 바라는 의식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라초 드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제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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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 영화는 일종의 찬가다. 음악을 통해 집시들의 관계를 되살리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감독 토니 갓리프의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 <라쵸 드롬>은 모든 소리들이 애초에 음악이라는 듯이 연장질 소리, 멧돌 가는 소리, 구두 닦는 소리, 꽃 파는 아이의 목소리 등 여러 소리들을 음악으로 보여준다.몇몇의 뮤지컬 영화가 일상의 소리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냈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일상의 영역에 있었던 음악으로서의 소리를 되살려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그 소생의 장소는 바로 집시들의 일상이다. “집시들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천 년 전 북인도를 떠나 유럽과 아프리카를 떠돌아다니며, 지딴(Gitane) 찌간(Tzigane) 보헤미안(Bohemian) 집시(Gypsy)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짤막한 텍스트로 시작하는 영화는 음악을 따라 집시들을 쫓으며 혹은 집시들을 따라 음악을 쫓으며 그들의 인류학적 지형도를 그린다.
대사도 별로 없고 오로지 집시들의 연주와 노래로 진행되는 영화는 상황의 설명이나 공간의 이동에 있어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로지 이미지와 사운드에만 노출되는데, <라쵸 드롬>은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집시들의 방랑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사연을 알 수 없듯이, 그들의 음악을 따라 유랑하는 영화는 구체적인 정황을 알려주지도 또한 알 수도 없다. 그저 그들의 삶과 음악을 보여줄 뿐이다. 또한 집시들은 단일한 민족으로 규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을 따라서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라쵸 드롬>은 황홀한 영화다.
북인도의 라자스탄에서 시작해서 이집트, 터키,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으로 향하는 영화의 여정은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집시들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삶의 도구들을 갖고 떠돌며 살아가는 집시, 그들만의 부락을 꾸려 살고 있는 집시, 도시의 주변에 정착한 집시 등 그 삶의 형태는 다양하다. 비록 유랑으로 시작했으나 모든 집시들이 지금도 떠돌며 살아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녀, 어른/아이 불문하고 모두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 그들의 일상의 영역에서 모든 것들은 음악이 된다. 가령, 아이의 뛰어가는 발걸음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박자에 맞춰 음악이 연주되는 장면으로 전환되거나, 리듬이 들리는 곳을 들여다 보면 그들이 박수치며 노래하고 있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를 연결하는, 그리고 집시들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바로 음악인 것이다.
조너선 로젠봄은 이렇게 말한다. “<라쵸 드롬>은 “집시에 의해 만들어진 집시 영화다. 이것은 국적이 없다.” 집시들은 핍박과 수난을 피해 이곳저곳을 유랑하지만, 이 여정 또한 핍박과 수난의 연속이다. 그들의 현재진행형인 숙명을 그들의 음악을 통해 집시 혈통의 감독이 카메라로 담아낸 작품이 <라쵸 드롬>이다.또한 국적이 없는 이 영화도 그 숙명의 연장에 있다. 나아가 어쩌면 유랑하는 운명은 이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영화는 여전히 가장 천대받는 예술로서 핍박과 수난을 겪으며 전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다.
아무도 몽도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할 수 없으리라. 그 아이는 어느 날 우연히 아무도 모르게 이곳 우리 도시로 왔으며, 사람들은 곧 그 아이와 친숙해졌다. 나이는 열 살 남짓했고, 얼굴은 동그랗고 차분하게 생겼으며, 눈은 약간 비스듬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햇빛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은회색 머리카락으로 해가 질 때쯤이면 거의 회색으로 보였다.
몽도의 가족이라든가 집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런 것이 없는지도 몰랐다. 그 아이는 늘 아무도 자기를 기다리지 않을 때, 아무도 자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거리 한 모퉁이나 해변, 혹은 시장에 나타나곤 했다. 그 아이는 늘 주위를 둘러보면서 당당하게 혼자 걸어 다녔다. 발목을 묶는 푸른색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조금 크다 싶은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언제나 똑같은 차림새였다.
몽도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마주 서서 웃으면 어느덧 그 아이의 작은 눈은 반짝거리는 두 개의 빛이 되곤 했다. 그것이 그 아이의 인사법이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었다 싶으면 그 아이는 그 사람을 불러 세우고는 이렇게 묻곤 했다.
“저를 아들 삼지 않으실래요?”
르 끌레지오의 소설<어린 여행자 몽도> 중에서
가쵸란 집시들이 백인들을 경시하여 부르는 말이다. 아버지가 잊지 못한 여가수의 목소리를 찾아 떠난 프랑스 청년.
부카레스트역에 도착한 한 파리청년은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독특한 여인의 목소리에 매혹된다. 그는 이 소리를 따라 도심의 외곽까지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백인들에 의해 내몰린 집시무리들을 발견한다. 집시들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된 그는 집시들의 매혹적인 문화를 배우며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의 편견을 목격하게 된다...
안달루시아인 카코는 딸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해 몽상곡에 빠져 슬픔을 달랜다. 어린 조카, 디에고는 육체적 장애를 딛고 여자, 플라맹고를 향한 열정을 불 태운다. 명예가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남 안달루시아 지방. 카코의 집안은 카라바카 가족 중 한 명을 죽인 상태로 누군가는 이 빚을 갚아야만 한다.
장고 라인하르트와 같은”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사는 어린 소년 맥스와 집시 소년인 스윙의 이야기
막스는 여름방학에 할머니 집에 갔다가 근처 유랑집시들의 기타 연주에 매료된다. 음악에 매료된 막스는그곳에서 기타를 배우게 되고 선머슴애 같은 집시 소녀 스윙과 알게 된다. 옅은 경쟁의 감정 또한 숨길 수 없으나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막스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미랄다 역의 챠볼로 쉬미트는 잘 알려진 '집시 재즈(집시 스윙)' 기타리스트라고 한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 커플 자노와 나이마는 불현듯 알제리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막상 짐을 챙겨 길을 떠났으나 계획도, 충분한 여행자금도 없는 두 사람. 알제리로의 여행은 그렇게 젊은 자신감만으로 시작된다. 승무원 몰래 열차를 훔쳐타거나 히치하이킹을 해야만 하는 고된 여행길에서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파리에 가서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가진 불법 알제리 이민자들은 그들에게 "왜 너희들은 알제리 사람인데 알제리말을 모르느냐"고 묻는다. 프랑스에서 자라나 프랑스인으로 살아온 자노와 나이마에게 그것은 이 여행이 결국엔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로드 무비의 외피속에 흔치않은 음악영화의 리듬을 촘촘히 드리우고 있는것도 흥미롭다. 두사람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도달한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플라멩고 음악에 매혹당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테크노 음악의 그루브에 맞춰 허허벌판에서 자유로운 춤사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유로운 음악의 향연을 담은 젊음의 여행은 마침내 알제리에 도달하고, 자노와 나이마는 부모세대의 고향인 알제리.
그 잊혀진 영토의 아스라한 영혼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집시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영화만들기로 주목받아오던 토니 갓리프 감독의 14번째 영화 <추방된 사람들>은 ’뿌리찾기’에 대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주인공들처럼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자라난 알제리계 2세 토니 갓리프가 영화속에서 그려내는 알제리는, 외부자의 눈으로 바라본 낮설고 엑조틱한 이국의 이미지에 가깝다.
<추방된 사람들>을 좀 더 바르게 설명하자면, 이것이 기실 로드 무비의 외피를 쓰고있는 매우 개인적인 예술(음악)영화라는 사실일 것이다. 알제리 토속음악의 주술적인 리듬을 타고 진행되는 라스트신에서 주인공들은 트랜스(trance:몽환)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은 테크노 음악씬을 다루는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약물과 음악의 환각상태와 많이 닮아있다.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하는 이 마지막 굿판은 보는이의 의식마저 영화속에 동참시키는 일종의 제의로서 흔치않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토니 갓리프는 <추방된 사람들>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6 칸영화제 폐막작 징가리나는 친구인 마리와 함께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뱃속에 있는 아기의 아버지를 찾아 트란실바니아에 도착한다. 때마침 열리고 있는 민속축제에서 술과 노래, 춤에 이끌려 배회하던 그녀는 수소문 끝에 음악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지만 거부당한다. 제정신이 아닐 만큼 절망에 빠진 징가리나는 돌아가자는 마리의 권유를 뿌리치고, 중간에 만난 집시 아이와 함께 사라진다. 세상과 단절된 채 낯선 땅에 홀로 남은 징가리나. 우연히 알게 된 남자 창갈로와 함께 트란실바니아 여행을 시작하면서 점점 집시가 되어간다. 토니 갓리프가 집시 3부작 및 [스윙], [추방자들]을 통해 보여준 집시들의 유랑하는 삶에 대한 애착은 [트란실바니아]에 이르면 제목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초반의 흥겹고 왁자지껄한 음악과 이어서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힘겨운 자동차 여정은 보헤미안적인 삶의 양 축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관계와는 다른, 혹은 그것을 초월한 두 남녀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인생에 대한 통찰은 마지막 장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경기침체는 점점 악화된다. 그리스를 비롯한 경기위기에 빠진 유럽의 몇몇 국가의 시민들은 경기침체의 원인인 금융자본 시스템과 유럽정치에 불만을 품고 거리로 나선다. 이들을 ‘분노한 자들’이라고 부른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 ‘베티’가 유럽의 여러 국가를 떠돌며 그녀의 눈으로 목격한 유럽의 들끓는 시민들 ‘분노하는 자들’을 보여준다.
제로니모는 집시들 틈에서 자란 아가씨다. 소외지역에서 선도자 역할을 하던 그녀는 원치 않는 결혼식에서 뛰쳐나와 애인 루키와 도망친 터키 집안의 닐을 숨겨주게 된다. 명예를 회복하려는 터키인들과 루키가 속한 집시들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그들은 춤과 음악으로 승부를 겨룬다. 카메라가 흔들리는 가운데 웨딩 드레스 입은 처녀가 사력을 다하여 달려가 질주해온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첫 시퀀스는 사랑의 격정과 에너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감정을 쏟아 붓는 열정적인 연출로 유명한 토니 갓리프의 스타일을 지극히 잘 대변하며 혼이 빠질 정도로 정열적인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잘살리고 있다. 이후 대부분 춤과 음악이 지배하는 이 영화에 대하여 갓리프는 이질적인 두 공동체의 갈등과 폭력을 음악으로 대체하고 그로부터 긴장을 유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늘 에너지가 넘치는 거장의 미장센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수작으로, 제로니모 역의 신인 배우 셀린 살렛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