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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제주명마가 사라지고 있다

작성자이태리타올|작성시간10.11.22|조회수575 목록 댓글 0

 

 

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그만큼 제주는 말 키우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지닌 말의 고장이자, 명마의 산지였다.

고려원종 11년, 제주를 침략했던 몽골은 수산평에 목마장을 설치해 군마를 징발해갔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제주의 말들은 군사용 말로써 많이 진상됐다. 특히 '어승마'라 하여 임금이 직접 타고 다니는 말을 진상하도록 하였다. 사대부를 포함한 양반들 역시 제주조랑말을 한 마리 정도는 갖고 있어야 행세를 했다.

하지만 제주의 조랑말들은 명마라 하기에는 체구도 작고, 체형도 볼품이 없다. 다리도 짧아 쾌속질주가 어렵다. 그렇다면 제주의 말들을 왜 명마라 하여 귀하게 여겼을까? 그 이유는 주행법에 있다. 조랑말들 중에는 측대보(amble)로 주행하는 말들이 일반말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측대보란 오른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이 같이 나가고, 왼쪽 앞발이 움직이면 왼쪽 뒷발이 들리는 비정상적인 주법이다. 제주에서는 이러한 주법을 '제걸음'이라하고 '제마'라 부른다. 측대보는 특수훈련을 통해 양성되기도 하지만 평지보다 산비탈에서 만들어내는 특유의 걸음이다. 오랜 세월 제주환경에 적응하며 형성되어진 조랑말의 특질이다.

제마라 부르는 조랑말들은 일반 말들에 비해 속도는 떨어지지만 측대보로 주행하기 때문에 상하운동이 거의 없어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반면 상당수의 일반 말들은 왼쪽 앞발이 나가면 오른쪽 뒷발이 나가는 대각보(Trot)로 주행한다. 대각보로 주행하는 말들은 빠른 속도로 달리면 껑충껑충 뛰기 때문에 상하운동이 심하여 낙마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양반들은 "술을 마시고 말을 타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고 하여 조랑말을 2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구입했다. 측대보를 구사하는 말들은 군마로도 유용하다. 기마상황에서 안정적으로 활이나 칼을 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는 측대보로 걷는 말을 조로모리(joroomori)라 하여 지금도 매우 귀하게 여긴다. 천 마리 말 가운데 한 마리 정도 나올까말까 한다고 한다. 조랑말이라는 이름 역시 '조로모리'에서 유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측대보 즉 '제걸음'은 제주조랑말의 강점이다. 과거 제주조랑말이 명마로서 경쟁력을 갖춰 왔던 것도 강점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제주의 명마들은 사라지고 있다. 경마에서 속도가 늦은 조랑말들은 외면받고 있다. 조랑말을 고집하던 농가들도 대부분 개량 말들을 키우고 있다. 조랑말이라는 브랜드도 '제주마'로 명칭을 바꾸면서 버려진 느낌이다.

제주마 경기대회를 연다고 해서 경마에 적합하지 않은 제주조랑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조랑말 애호가들은 강점을 잘 살린다면 명마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승마 재활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뇌성마비 환자나 자폐증 환자 등의 승마 재활치료에 제주조랑말은 큰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강점과 약점이 존재한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하지만 약점을 보완한다고 해서 강점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강점이 더 큰 빛을 발하려면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날 제주산업 육성전략 전반에 걸쳐 강점을 강화하는 경우보다 약점을 보완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과거를 통해 배우고, 강점을 정확히 인식하여 재창조하는 강점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김동만 제주한라대학 방송영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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