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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소식

2020 이덕구 산전 기행

작성자강봉수|작성시간20.06.09|조회수238 목록 댓글 1

매해 현충일을 맞아 찾아가는 이덕구 산전...올해는


꽃 한 송이 두고 왔네

 

천미천 두 갈래 길 물 건너

유월이면 산딸나무 등수국이 피고

때죽나무 꽃송이가 아픈 땅을 어루만지는 곳

그 사람 손때가 묻었을지도 모를

무쇠 솥뚜껑 불을 기다리는 곳

 

그대는 보이지 않네

물장오리 가까운 육백사십고지 어디쯤에서

토벌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관덕정 마당에 효수된 이후

그대는 보이지 않네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까마귀 숟가락을 가슴에 꽂은 체

눈 뜬 채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고

 

그대 없는 산전에는

빈상 하나 바위처럼 앉아 있네

시저 나란히 왼편에 놓여

삼백육십사일 바람밥을 뜨고 있네

 

년 중 하루 유월육일 찾아오는 이가 있어

저마다 빈상에 정성을 얹네

군옥돔 오징어적 김밥 순대 수박 귤 방울토마토 바나나 오디

이홉드리 한라산21 댓병드리 백화까지

살아서 보지 못한 음식이 산전밥상에 가득하네

 

덕환 집사 삼헌 자청으로 술잔을 드립니다

상돈 단골가수 한 곡조 올립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추모 인종차별 해방 염원 뜻 실어

손 가슴 하늘을 떠받들고 발 가슴 대지를 어루는

사뿐걸음 춤으로 분향합니다

여기 우리가 살아 지켜갈 곳

녹음 짙은 숲속 산전에 메아리로 울리네

 

전사들이여

통일밥을 나눠 먹세

음복의 맹세는 새날을 함께 그리는 것

구럼비 해치고 평화의 땅을 침몰시킨 해군기지

수산봉 오름의 목을 치고 비행기 둥지를 여는 공항

백년수림 길게 이어진 비자림 삼나무숲길 밑둥을 도려내는 도로확장

생태습지 허물어 호랑이 사자 코끼리 동물원을 만든다는 허황된 꿈

결사반대 다 떠나라

가아 가가 까마귀다 울부짖을 때

넋들이 흰나비로 날개를 펴 꽃을 피우고

대지에 얹혀 죽어간 넋들이 바람으로 환생하여

가고 오는 길을 덮는다

허공에 십자가로 걸린 꽃 한 송이

오늘도 그대만 산전에 놓아두고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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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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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항신 | 작성시간 20.06.10 고생하셨습니다 .
    미처 참석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함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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