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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소식

이상국 시인 초청 시토크

작성자강봉수|작성시간21.05.31|조회수115 목록 댓글 1

이상국 시인 초청 시토크 

2021년 5월 28일 젊은 저녁 6시반 제주문학의 집에서

김수열 시인 진행으로 이 시인의 시세계와 생을 살짝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국 시인의 시중 면과 관련된 시 3편  

 

라면 먹는 저녁

 

섭섭한 저녁이다

썰렁한 어둠을 앉혀놓고

눈 내리는 고향을 생각한다

마른 수국대궁에도 눈은 덮였겠지

 

고만고만한 지붕 아래서 누가 또 쉬운 저녁을 먹었는지

치킨 배달 오토바이가 언덕배기를 악을 쓰며 올라가고

 

기운 내복 같은 겨울 골목

주황색 대문집

페이스북으로

이름만 아는 여자가 나를 찾아왔다

머리에 눈을 이고 왔다

어디선가 다들 외로운 모양이다

 

산간 지방엔 폭설이 내린다는데

쓸데없이 섭섭해서

밥은 늘 먹는다고

저녁에 라면을 끓인다

 

......................................................................................................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국수공양供養

 

동서울터미널 늦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2천 원을 시주하고 한 그릇의 국수 공양을 받았다

 

가다꾸리가 풀어진 국수발이 지렁이처럼 굵었다

 

그러나 나는 그 힘으로 심야버스에 몸을 앉히고

천릿길 영을 넘어 동해까지 갈 것이다

 

오늘 밤에도 어딘가 가야하는 거리의 도반道伴들이

더운 김 속에 얼굴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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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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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영호 작성시간 21.06.01 가보지 못해 아쉽네요. 강봉수 시인 고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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