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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기철 시집 `지금도 낭낭히` 2

작성자김창집|작성시간18.06.10|조회수43 목록 댓글 0


예감

 

지난겨울 세 뼘 뜰에, 산수유나무 사서 심었다. 삼월, 꽃이 왔다 갔다.

 

어제 밤, 바람이 몹시 불거라는 예보에, 미사도 안 보고 아내와 들어갔다.

 

아침에 아내가,

대형사고 났네.

산수유나무가 꽃 폈어요!”

 

, 대형사고로군, 하는데,

 

산수유나무가 뽑혔어요!”

한다.

     

 

 

이중주

 

차양 모자 쓴

날렵하고 키 큰

젊은 여자

머리에 꽃 단장한

레이스의 앳된 여자 아이

손 잡고

서점으로 들어간다

 

청바지 무릎

맨살이 길게 훤하다

   

 

 

사진 2

 

육이오가 나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신안주 원흥리

뒷집 오빠와

만났을지 모르지

 

열여덟

월남해서,

결혼했던 열 살 위

이북 남자와

안 만났을 걸

 

그럼

나는 없겠지만

   

 

 

고기 국수

 

추자도

나바론언덕

벼랑 사이

 

저 너머가 보이는

바이칼호 같은

 

위 시술 후

석 달 만에

만나는

국수 바다

 

거기

빠진 나를

이승으로

이어주는

줄들

   

 

 

일행시

 

위 선종을 잘라냈는데,

의사가

일상생활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딱 한 마디!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이 너무 없다 여기다가

한 달 뒤

오늘 느꼈다

   

   

오일장

 

오래 전

제주대학도 옮겨 가

의붓아이처럼 스산한

용담동

버스에서 내렸는데

그 옆 골목!

 

백 년쯤

곰삭고

반들반들

 

문득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94세 할머니

오일장에

좌판이 있다고

 

오늘 장마 첫날

그 골목 젖지 않겠다

 

 

* 나기철 시집 지금도 낭낭히’(서정시학 서정시 137)에서

* 사진 : 지난 금요일 영아리오름에서 만난 산딸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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