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사람
김광렬
처음 가보는 곳인데 낯익게 느껴지는 풍경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어디서 보았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그 자리에 선 채로
어릴 때 고향 집 언저리에도 가보고
거쳐 왔던 큰길 작은 길도 되짚어 보고
뿌연 어둠 저 너머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만났던 얼굴들도 찰칵찰칵 떠올려보지만
어느 것 하나 선명치 않은데
나의 안이나 밖 그 어디선가 자꾸만 본 듯한 사람
귓등 벌겋게 부끄럼을 잘 타던,
장승처럼 말이 없던,
어딘가 아픈 듯한,
그래서인지 늘 추워 보이던,
바라보는 눈길을 티 없이 바라보던,
어디서 보았더라, 비 후줄근히 오다 그친 밤거리
우연히 들여다본 물 고인 웅덩이 속
초라했으나 순박했던 저 사람을
나는 참 오래 잃어버리고 다른 길을 가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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