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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12월의 좋은 시ㅡ물속 사람 / 김광렬

작성자김 란|작성시간20.12.21|조회수113 목록 댓글 0

물속 사람

                                    김광렬

 

처음 가보는 곳인데 낯익게 느껴지는 풍경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어디서 보았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그 자리에 선 채로

 

어릴  때 고향 집 언저리에도 가보고 

거쳐 왔던 큰길 작은 길도 되짚어 보고

뿌연 어둠 저 너머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만났던 얼굴들도 찰칵찰칵 떠올려보지만

어느 것 하나  선명치 않은데

 

나의 안이나 밖 그 어디선가 자꾸만 본 듯한 사람

 

귓등 벌겋게 부끄럼을 잘 타던,

장승처럼 말이 없던,

어딘가 아픈 듯한,

그래서인지 늘 추워 보이던,

바라보는 눈길을 티 없이 바라보던,

 

어디서 보았더라, 비 후줄근히 오다 그친 밤거리

우연히 들여다본 물 고인 웅덩이 속

초라했으나 순박했던 저 사람을

나는 참 오래 잃어버리고 다른 길을 가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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