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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 읽은 시 - 스며들다 / 안도현

작성자김 란|작성시간21.01.06|조회수135 목록 댓글 0

    스며들다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쿨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서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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