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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새해를 여는 시 - 흑룡만리 / 강덕환

작성자김 란|작성시간21.01.13|조회수81 목록 댓글 0

 흑룡만리*

                      강덕환

 

 일러준 대로 불어주지 않았다, 바람은

 

 이레착저래착 **, 저들도 밤새 뒤척였으리라

 

 그래 놓고도 고스란히 지나치지 않았다, 바람은

 

 숭숭 뚫린 담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설령

 

 그렇더라도 바람아, 이 몹쓸 녀석아

 

 돌담이 바람에게 욕하지 않았다

 

 다만, 아귀가 맞지 않아 공글락***거리면

 

 몇번이고 돌리고, 뒤집고, 빼고, 받치기를

 

 서슴지 않았다, 오히려 돌담은

 

 바람을 다스리고 길을 내주었고

 

 바람은 모서리를 원만하게 다듬어

 

 벗이 되고, 이웃이 되고, 마을이 되고

 

 더욱 단단한 줄기를 이어갔다

 

 마침내 꾸불텅꾸불텅 흑룡만리 역사를 쌓았다

 

 * 제주의 돌담을 일컫는 별칭

 ** '이리저리'의 제주어

 *** '흔들거리다'의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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