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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김섬 시 '왕뫼오름 넉들임'

작성자김창집|작성시간21.03.18|조회수50 목록 댓글 1

 

돌미에서 본 제2공항 부지 중 왕뫼오름(왼쪽)

왕뫼오름* 넉들임 - 김섬

 

왕뫼오름 곡데기에 사름덜 모다져수다

동펜이 사름 서펜이 사름 서귀포 사름 제주시 사름

서울 사름 광주 사름 프랑스 사름 미국 사름

사방팔방에서 와랑와랑 모다들어수다

모다든 손덜 잇고 잇언 시굿을 헴수다

넉 나간 왕뫼오름 넉을 들염수다

 

댕가댕가댕가댕가 댕가댕가댕가댕가댕가

 

할마님아

죽어 섬으로 환생한 설문대할망아

시조새가 뜨고 내리려면 오름을 잘라야 한다 하옵네다

할마님 살점을 없애야 한다 하옵네다

할마님 숨결을 없애야 한다 하옵네다

 

오름 나고 사름 났지 사름 나고 오름 난 법 아닙네다

오름은 바람으로 말을 걸고 말을 듣는 법입네다

 

쑥부쟁이 울고 소로기가 우는 건 오름이 우는 것입네다

물매화 울고 구절초가 따라 우는 것도 오름이 우는 것입네다

국록을 받아먹는 관에서는 훼손하지 않을 거라 둘러댑니다만

천만의 말씀입네다 이는 권고를 거스르는 일입네다

되갈라치는 일입네다 수천수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일입네다**

 

쿵따덩따 쿵따덩따 쿵따덩따 쿵따덩따

 

넉 나간 사름덜이 사방에서 모다정 오름 넉을 들염수다

꼿 넉을 들염수다 낭 넉을 들염수다 하간 숨덜 넉들염수다

땅에 넉 들염수다 바당에 넉 들염수다 하늘에 넉 들염수다

 

괭 괭 꽹괭괭 괭 괭 꽹괭괭 괭 괭 꽹괭괭

 

---

* 왕뫼오름 : 성산읍 수산리에 위치한 오름. 제2공항이 지어지게 되면 해발 157.6m,

                오름 높이 83m 중 55m가 잘려 훼손된다고 한다.

** 김수열 굿시 ‘할마님아 설문대할마님아’ 중 일부.

 

 

                      # 김섬 시집 『ᄒᆞᆫ디 지킬락』(도서출판 각시선 045, 2020)에서

독자봉에서 바라본제2공항 부지의 오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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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섬 | 작성시간 21.03.18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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