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낳아 주세요
고영숙
오늘도 엄마를 뽑고 있어
구석에 기대 쉬는 엄마는 뽑기가 쉬워 오늘은 팔뚝이 굵은 엄마를 뽑고 내일은 다크써클을 드리운 엄마를 뽑을 거야
눈썹 문신을 한 엄마도 있어 세상엔 거짓말처럼 웃고 있는 엄마들이 수없이 많아 엄마는 팔딱이는 소문들로 요리를
하지 가끔 지루해진 소문을 한 번 더 끓이면 엄마 냄새가
나지 나는 길쭉하게 자라고 있어 날마다 내 생일이야 매일
나를 낳아줄 엄마가 필요해 갈색 골목에 레드카펫을 깔고
모든 저녁을 기다리는 엄마 떨리는 손목으로 꽃잎을 뿌리며
우아하게 걸어가고 있어 반값으로 할인된 엄마도 갓 인화한
증명사진을 들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던 엄마도 두근두근 중
후군을 앓고 있어 일류도 지나고 나면 가볍고 간단히 오류
가 되어 버리는 세상 어제는 건너편 마트에서 엄마를 세일
하고 겨울 언덕바지에 떨어지는 음악은 항상 슬로모션으로
녹았다 얼기를 반복해 유통기한이 줄어들수록 손때 묻은
엄마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어
내일 아침은 엄마가 또 나를 낳을 거야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