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ㅡ문충성 시인을 기리며
진하
찬란하구나, 가을이여!
벌겋게 타오르던 나뭇잎들
누렇게 흩어지며 지는 날
파란 하늘에 구름 두둥실
하얗게 열리는 허공
인생을 사랑하던 시인은
만장輓章도 없이 먼 길을 떠나고
햇살 속에 환히 빛나는 무지개
장엄하구나, 말 없는 늦가을이여!
쓸쓸하구나, 가을이여!
하늬바람 불어오는 북쪽하늘
멀구슬나무 열매 노랗게 영그는데
시인의 노랫소리 아득하고
검은 바닷가에 억새꽃 사각사각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제주 바다 거센 파도 밟으며
수평선을 넘어가는 빈 그림자
처연하구나, 가을, 가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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