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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의 시- 집으로 가는 길 / 오광석

작성자김 란|작성시간22.01.14|조회수185 목록 댓글 0

 집으로 가는 길

                   오광석

 

해가 미처 떠나지 못한

독산동 거리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공장 건물 뒤로 연붉은 석양이 칠해졌다

몰려나오는 사람들이 순례자들처럼

식당가로 걸으며 성스러운 풍경화가 그려졌다

그가 그림 속에서 서성였다

검푸른 점퍼에 손을 끼운 채 한 식당 앞에 박혔다

기계의 내일을 위해 윤활유를 부어 주는 일은

늘 그의 몸에도 적용시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출근하는 길보다 짧았다

얼큰하고 경쾌한 귀가가 끝나고

좁은 원룸 속에서 지친 몸을 뉘었다

누워서 바라보는 원룸 창문은 

커다란 캔버스 끈끈한 유화 같았다

그림 속에서 돌아온 그는 

가위로 달을 잘라 반만 걸어 놓았다

나머지 반은 잘게 부숴 별 알갱이로 만들었다

어두운 거리 사방으로 달았더니

별 빛나는 밤거리가 되었다

거리에서 그는 늘 고향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림 속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으나 끝이 나지 않았다

고향 집 문이 보일 즈음

아침 햇살이 창문을 덮쳐 와

눈부시게 그림을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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