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포리 여인숙
김애리샤
구정을 막 지낸 외포리 선착장 앞바다
멀미하듯 눈보라가 어지럽게 날리면
교동 죽산포로 가는 천마2호는
다음 날 아침까지 얼어 버린 바다에 갇혀
섬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외포리 여인숙 일 층 큰 방에 모여들어
떼끈한 눈 어릉어릉 달래며
화투 점을 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내일 아침에는 배가 뜨려나
모란이 그려진 화투장을 애써 찾아내
아빠 무릎 베고 누운 열 살 소녀
아빠가 화투장을 내리칠 때마다
들썩거리는 밤바다처럼 잠들지 못한다
가까스로 일어나 창문을 열면
엄마 냄새 같은 갯벌 냄새
얼음에 눌린 파도 소리가
소녀의 속눈썹 위로 내려앉는다
두께를 알 수 없는 소리로
쩡쩡 몸살을 앓던 바다 위 얼음들
밤새 구겨지던
겨울 밤하늘의 별자리들
내일은 배가 뜰 거야
밤새 얼음을 뒤집으며 들썩이는 파도 소리
눈보라가 외포리 여인숙으로 몰려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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