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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의 시- 외포리 여인숙 / 김애리샤

작성자김 란|작성시간22.01.16|조회수96 목록 댓글 0

외포리 여인숙

                   김애리샤

 

구정을 막 지낸 외포리 선착장 앞바다

멀미하듯 눈보라가 어지럽게 날리면

교동 죽산포로 가는 천마2호는

다음 날 아침까지 얼어 버린 바다에 갇혀

섬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외포리 여인숙 일 층 큰 방에 모여들어

떼끈한 눈 어릉어릉 달래며

화투 점을 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내일 아침에는 배가 뜨려나

모란이 그려진 화투장을 애써 찾아내

아빠 무릎 베고 누운 열 살 소녀

 

아빠가 화투장을 내리칠 때마다

들썩거리는 밤바다처럼 잠들지 못한다

가까스로 일어나 창문을 열면

엄마 냄새  같은 갯벌 냄새

얼음에 눌린 파도 소리가 

소녀의  속눈썹 위로 내려앉는다

 

두께를 알 수 없는 소리로

쩡쩡 몸살을 앓던  바다  위 얼음들

밤새  구겨지던

겨울 밤하늘의 별자리들

 

내일은 배가 뜰 거야

밤새 얼음을 뒤집으며 들썩이는 파도  소리

눈보라가 외포리 여인숙으로 몰려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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