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
강덕환
한 번쯤 목청껏 울어보길 했나
걸판지게 어깨춤 들썩여보길 했나
한반도의 남녘 끝 외진 섬 그늘
깍지 못 껴 두 손 비비지 않은 게
목굳어 머리 조아리지 못한 게
천형으로 남아, 늘 그 자리
요렇게 꼼짝없이 박혀 사는 몸이지만
휘어지거나 비틀리지 않았다
몇 번이던가
품은 주먹으로 내리치고 싶었던 게
툭 불거진 눈망울로 쏘아보고 싶었던 게
아하, 그럴 때마다
속울음 타들어 가슴엔 송송 구멍이 패고
살점 도려내는 풍화로
검버섯 돋은 주름진 세월
그래서일까, 애초부터
거친 것 없었으니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어
따뜻한 이웃들이 있는 알동네에 산다
구석, 구석으로만 내몰리며
쫓기듯 살아가는 그들과 벗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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