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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의 시 - 돌하르방 / 강덕환

작성자김 란|작성시간22.01.24|조회수63 목록 댓글 0

돌하르방

            강덕환

 

한 번쯤 목청껏 울어보길 했나

걸판지게 어깨춤 들썩여보길 했나

한반도의 남녘  끝 외진 섬 그늘

깍지 못 껴 두 손 비비지 않은 게

목굳어 머리 조아리지 못한 게

천형으로 남아, 늘 그 자리

요렇게 꼼짝없이 박혀 사는 몸이지만

휘어지거나 비틀리지 않았다

 

몇 번이던가 

품은 주먹으로 내리치고 싶었던 게

툭 불거진 눈망울로 쏘아보고 싶었던 게

아하, 그럴 때마다

속울음 타들어 가슴엔 송송 구멍이 패고

살점 도려내는 풍화로

검버섯 돋은 주름진 세월

 

그래서일까, 애초부터

거친 것 없었으니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어

따뜻한 이웃들이 있는 알동네에 산다

구석, 구석으로만 내몰리며

쫓기듯 살아가는 그들과 벗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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