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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의 시(제9회 박영근작품상) - 첫물질 / 허유미

작성자김란|작성시간23.05.06|조회수31 목록 댓글 0

첫물질

               허유미

노래를 따라가 보니 물속이었다

무슨 노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요일의 아침 햇살 같은 물빛이었다

엄마는 담배를 물고 불안으로 늙고 있었다

섬에서 늙는다는 건 비밀이 될 수 없다 

덜 먹고 덜 기대하고 덜 꿈꾸는 것이 비밀이었다

비밀을 없애기 위해 물에 드는 여인들의 노래는

바다의 상상이었다

여인들의 얼굴은 눈이 부시었다가 흐릿해졌다

명령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낭만도 아니었다

순전히 노래가 가는 방향이 물이었기 때문이다

불안과 비밀을 나눌 곳이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노래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했다

돌고래는 지나는 물길은 잊어도

노래를 잊지 못하는 건 바다의 상상 끝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마주한 여인의 표정이 나이고

나는 여럿이고 봄밤이 가라앉고 있었다

노래는 춤인 듯하고 춤은 물의 윤곽인 듯 했다 

거기서부터 알면 된다는 손금이 늘어났다

서툰 만큼 울어도 되는 곳이었다

열다섯을 지나는 그곳에 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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