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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의 시 - 애월, 서투른 결심 / 서안나

작성자김란|작성시간24.01.05|조회수27 목록 댓글 0

애월, 서투른 결심

                 서안나

 

슬픔은 소주잔처럼 손잡이가 없어 캄캄하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새벽마다 물결로 흩어졌다

 

삶은 돼지고기 한 근에 찬술 마시고

아버지는 북극처럼 혼자 춥다

 

습자지처럼 뒤돌아보면 자국만 남는

슬픔은 그런 것이다

 

봄날 새벽 

나도 아버지가 마셨던 녹색 빈 술병을 본다

술병 속에 아버지가 앉아있다

병만 남은 사람의 몸은 고요하다

병 속에서 바람이 흘러나온다 담배 냄새가 났다

 

애월을 걸으면 

물빛이 아버지의 눈빛과 닮았다

당신을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서투른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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