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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내가 요즈음 다시 읽은 시(2): 풍경의 꿈(장 석)

작성자제주김병택|작성시간24.01.19|조회수27 목록 댓글 1

풍경의 꿈

장 석

1

나는 한낮의 하늘에 부조되는 장엄한 무늬를

보았다. 나의 것인 뜨거운 꿈 하나가

그 근처에 벌써 앉아 있었다.

구름의 흰 살에 일어나는 물결들.

 

나는 원했다. 삶의 한순간의 질인

강렬한 빛의 혼례를, 설레이는

분만의 풍경을.

끊임없이 겹쳐오는 모든 계절들의 힘을.

 

더럽혀진 풀의 형상으로

대지의 낮은 중심에서 새들이

눈뜨고 있었다. 빛의 한가운데로

소리의 기사가 말 달리며 지나갔다.

 

바람이 불어온다. 흩어져라. 단단한

풀씨들이여. 사랑의 열들이여.

날아올라라. 한없이 힘센 세력이여. 흰 욕망들이여.

 

나는 부풀어갔다. 장엄한 문양과 내 꿈이

숨 쉬는 따뜻한 열이 나를 상승시켰다.

풀이 일어선다. 녹색의 무리들.

삶을 환히

밝혀주는 불붙는 표피여.

 

나는 부끄러워 눈물 흘렸다. 내 꿈은

나에게 입 맞추어 주었다.

 

2

삶을 준비하는 자가 새들을 날려보냈다. 어둠속으로

새는 젖혀진 밤의 골목으로 날아갔다. 새는

무너진 너의 슬픔 위로 떨어졌다.

 

그의 흰 깃이 남긴 무늬의 물결 속에서,

헤아릴 수 없이 어두운 숲의 한 가지에서

태어나는 불꽃처럼 밤은 빛나는 몇 개의 눈을 뜨고

우리는 숨의 증기인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 새는 돌아오지 않았다. 문법 바다의

가장 서늘한 심연에서 이마에 불을 단

우스꽝스러운 심해어인 사랑이

헤엄치고 있었다. 지상의 어두운 골막에서

새는 차갑게 불타고 있었다.

 

노아의 세 번째 비둘기는

황금빛 올리브 잎사귀를 물고 왔다……

 

이제 삶은 신성한 정지이며,

그의

그림자인 풍경만이 변모한다.

그의

입김인 바람은 흩어진다. 소리의 철책 사이에서.

새여.

슬픔의 첨탑 위로 떨어지는 입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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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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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정은 작성시간 24.01.23 안녕하세요 ^^
    우선, 장 석 시인이 누구일까 했습니다...
    시는 제겐 흥미로왔어요 ! 노아의 세 번째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물고 왔는데,,,새여 슬픔의 첨탑 위로 떨어지는 입술이여...라고 슬픔을 언급하니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올리실 시는 무엇일까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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