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저녁에
황동규
그의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이가 은퇴하고도 늘 바깥일이 있었는데
지난 사흘째 도무지 말을 않고 집에 있네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문 나서자마자 넘어졌지만 다친 데는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병원 가봐야지요.’
‘병원 얘기만 비쳐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합니다’
나도 화가 나서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은 적 있었지.
그 하루 온통 하나의 절벽이었어.
하, 어이없이 주저않는 자신에게 그가 단단히 화났구나.
그동안 있는 힘 없는 힘 다 내쓰고
봄이 와도 물오르지 않는 마른풀 된 게 못 견디겠는 거지.
‘혹시 혼잣소리를 하지는 않습니까?’
'영 입을 열지 않습니다.'
‘내가 가도 좋으냐고 물어보십시오’
'전화하는 소리 듣고 벌써 머리를 흔듭니다.'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한 사나흘 입 떼지 않고 산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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