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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내가 요즈음 다시 읽은 시(4): 봄 저녁에(황동규)

작성자김병택|작성시간24.01.23|조회수25 목록 댓글 2

봄 저녁에

황동규

 

그의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이가 은퇴하고도 늘 바깥일이 있었는데

지난 사흘째 도무지 말을 않고 집에 있네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문 나서자마자 넘어졌지만 다친 데는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병원 가봐야지요.’

병원 얘기만 비쳐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합니다

 

나도 화가 나서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은 적 있었지.

그 하루 온통 하나의 절벽이었어.

, 어이없이 주저않는 자신에게 그가 단단히 화났구나.

그동안 있는 힘 없는 힘 다 내쓰고

봄이 와도 물오르지 않는 마른풀 된 게 못 견디겠는 거지.

 

혹시 혼잣소리를 하지는 않습니까?’

'영 입을 열지 않습니다.'

내가 가도 좋으냐고 물어보십시오

'전화하는 소리 듣고 벌써 머리를 흔듭니다.'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한 사나흘 입 떼지 않고 산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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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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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정은 작성시간 24.01.23 안녕하세요 ^^
    내가 요즈음 다시 읽는 시 - 4 ㅡ 황동규 시인 <봄 저녁에>시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렇게도 시를 쓰는구나 하기도 했어요 ㅎㅎ

    다양한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양동림 작성시간 24.01.23 아 저날이 혹 윤석열 당선된날 아닐까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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