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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질문해도 될까요(4)- 무등이왓 팽나무 / 이종형

작성자이정은|작성시간24.02.03|조회수12 목록 댓글 1

<무등이왓 팽나무>

 

섬의 역사를 다시 배우려는 이들과

삼밭 구석에서 시 한 편 제문처럼 읽고 돌아 나오는 길

유채꽃만 한 노랑나비 수백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다녔다

 

그 길목에 증인처럼 서서

나이 드는 팽나무 한 그루

제 몸에서 난 것 아닌 생명들을

주름진 등걸에 잔뜩 껴안고 있다

 

그림 그리는 김영화는

저건 마삭, 그 옆에 으름, 송악, 그리고, 그리고

단 하나의 이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푸른 잎을 가진 생명들의 이름을 주르르 다 꿰고 있다

 

그해 어떤 이름들을 다 지워버린 일이 있었다

마을이 불타 사라지고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으나

 

인적 끊긴 옛 마을 어귀에서

무등이왓 팽나무는

다시 태어나는 목숨들을

오롯이 제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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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이왓 팽나무'를...

 

나는 알지 못한다.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팽나무가 왜 저리 온몸 비틀며 서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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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양동림 작성시간 24.02.04 이종형 시인님 건강은 괜찮은지 생각나게 하는 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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