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이왓 팽나무>
섬의 역사를 다시 배우려는 이들과
삼밭 구석에서 시 한 편 제문처럼 읽고 돌아 나오는 길
유채꽃만 한 노랑나비 수백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다녔다
그 길목에 증인처럼 서서
나이 드는 팽나무 한 그루
제 몸에서 난 것 아닌 생명들을
주름진 등걸에 잔뜩 껴안고 있다
그림 그리는 김영화는
저건 마삭, 그 옆에 으름, 송악, 그리고, 그리고
단 하나의 이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푸른 잎을 가진 생명들의 이름을 주르르 다 꿰고 있다
그해 어떤 이름들을 다 지워버린 일이 있었다
마을이 불타 사라지고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으나
인적 끊긴 옛 마을 어귀에서
무등이왓 팽나무는
다시 태어나는 목숨들을
오롯이 제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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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이왓 팽나무'를...
나는 알지 못한다.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팽나무가 왜 저리 온몸 비틀며 서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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