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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달의 끝에서 길을 잃다 - 백명희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2.05|조회수80 목록 댓글 0

달의 끝에서 길을 잃다

 

백명희

 

악어 떼처럼 몰려든 압류 청구서들을 들고

체념하듯 찾은 현금인출기 앞

어둡고 좁은 현실의 늪 속으로

궁색하기만 한 월급 통장을 밀어 넣는다

치열했던 한 달 간의 사투가

세상의 언어들로 재배열되는 시간,

이제 곧 잔고 0의 지뢰가 터질 텐데

건조한 목소리로 종료를 알리는

인출기의 화면은 표정이 없다

무참하게 물어뜯긴 월급 통장과

또다시 이월시켜야 하는 아이들과의 약속,

습기를 머금지 못하는 바람들을

영수증과 함께 버리는 월말은

건기의 초원처럼 목마르다

새로울거 없는 달의 끝

거리는 온통 무중력 상태

비는 언제쯤 오는 것일까

연체된 꿈에 이자를 붙여 본다

 

천년의 시 0152 백명희 시집 [달의 끝에서 길을 잃다]

 

#############################

 

다력을 뜯어낼 때마다 불어나는 이자들을 생각한다

꿈은 이자 빠져나갈 때마다 덩달아 빠져나가 버려서

우주만큼 커다랗던 것이 아주 조그마해졌다.

이름하여 소박한 꿈

백명희 시인의 말처럼 이제부터는

나의 꿈에 이자를 붙여 봐야겠다.

연체이자처럼 고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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