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풍
백명희
삼칠일이 지나도 엄마는 오지 못했다
기대가 기울 때쯤 걸려 오던 전화
아버지 잔병에 발이 묶인 푸념부터
삼복더위에 해산이냐는 짧은 안부
물과 바람을 피하라는 금기까지 듣노라면
나는 율법을 어긴 소녀처럼 덜컥
주어진 현실 앞에 숨이 막혔다
갓난쟁이는 낮밤으로 칭얼대고
혼자 끓이는 미역국은 돌아서면 상하는데
물과 바람 없이는 열대야의 밤을 버틸 수 없고
금기를 깬들 신은 관심 없다고
끊어진 전화기에 눈물을 타전하던 그해 여름
어느 심심한 신이 지나다
뼛속까지 겨울을 심어 놓았는지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다
온몸에 겨울을 품고 산다
천년의 시 0152 백명희 시집 [달의 끝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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