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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들불 축제 - 강덕환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2.08|조회수19 목록 댓글 0

들불축제

 

강덕환

 

축제는 끝났다, 바람이 낸 길을 따라

불이 흐르던

무자년 동짓달 열사흘

차마 여물지 못한 보름달빛

그때도 대나무 울타리

우물가에 살포시 내려앉았을까

 

피할 재간도 없이

거대한 불줄기는

와드득 와드득 안간힘으로

교래리 벌판

삼킬 것 다 태웠다 여기지만

 

잿더미 비집고

뿌리에서 길어 올린 분노

자양분으로 삼아

억새순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사이

할미꽃, 아직은

작은 몸짓일지라도

저승 갈 노잣돈 마련할 수 있겠다

 

 

신지시선 005 제주 4.3 60주년 기념시선집 [곶자왈 바람속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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