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축제
강덕환
축제는 끝났다, 바람이 낸 길을 따라
불이 흐르던
무자년 동짓달 열사흘
차마 여물지 못한 보름달빛
그때도 대나무 울타리
우물가에 살포시 내려앉았을까
피할 재간도 없이
거대한 불줄기는
와드득 와드득 안간힘으로
교래리 벌판
삼킬 것 다 태웠다 여기지만
잿더미 비집고
뿌리에서 길어 올린 분노
자양분으로 삼아
억새순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사이
할미꽃, 아직은
작은 몸짓일지라도
저승 갈 노잣돈 마련할 수 있겠다
신지시선 005 제주 4.3 60주년 기념시선집 [곶자왈 바람속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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