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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똥 싼 길 - 박원희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2.10|조회수5 목록 댓글 0

똥 싼 길

 

박원희

 

용산 벗어나는 길목에서

다섯 살 내가 똥 싸고, 걷고 있다

비도 안 오고 안개도 없는 강

기나긴 길을 걸어서

너털너털 울면서

바지는 한껏 무겁고

용산 벗어나는 길목

다섯 살 내가

울면서 걷고 있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짐승도 없고

티비도 없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가 없던 길

용산일까 아닐까

가물가물한 다섯 살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이 살던 집

때로는 짐승이 먼저 몸 털고 일어서던 집

 

나는 용산인가 아닌가

똥 싼 기억만 가물가물한 신작로

 

내일을 여는 작가 85 2023년 겨울호

박원희 // 1995년 <한민족문학>등단 [아버지의 귀]

[몸짓] [방아쇠증후군] [아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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