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싼 길
박원희
용산 벗어나는 길목에서
다섯 살 내가 똥 싸고, 걷고 있다
비도 안 오고 안개도 없는 강
기나긴 길을 걸어서
너털너털 울면서
바지는 한껏 무겁고
용산 벗어나는 길목
다섯 살 내가
울면서 걷고 있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짐승도 없고
티비도 없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가 없던 길
용산일까 아닐까
가물가물한 다섯 살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이 살던 집
때로는 짐승이 먼저 몸 털고 일어서던 집
나는 용산인가 아닌가
똥 싼 기억만 가물가물한 신작로
내일을 여는 작가 85 2023년 겨울호
박원희 // 1995년 <한민족문학>등단 [아버지의 귀]
[몸짓] [방아쇠증후군] [아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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