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운다
김수열
모슬봉 동북 자락
대정 칠리 공동묘역 한참 걸어 외진 곳
재수 어미 송씨
옥색치마에 양단저고리 곱게 차려입고
쪽진 머리 바람에 날리며 빗돌처럼 앉아
산방산 내려다본다
허접한 제주목사 비석은 골골마다 넘치건만
도탄에 빠진 섬 백성 원을 풀고 인정 바로잡은
내 아들 비석은 어찌하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고
재수야, 어디에 있느냐
살았느냐죽었느냐
내 죽어 황천 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이냐
어허, 세상 사람들아
무죄한 내 아들 어디로 보내어 남의 애를 끊는고
옛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난바다 건너 떼구름이 몰려온다
산방산 머리 위로 우렁우렁 우레가 운다
모슬봉 마른 억새가 살아 오른다
재수야, 어디에 있느냐
살았느냐죽었느냐
신축항쟁120주년 기념 작품집 [장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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