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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돌의 저녁 - 서안나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2.18|조회수17 목록 댓글 0

돌의 저녁

 

서안나

 

돌 속에 오래 앉아 있엇다

저녁의 해안선이 밀려 왔다

이마까지 물이 차올랐다

 

진흙 아이들이

해안선 굴곡을 따라 걸어왔다

해안선 끝에서

다른 세계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손바닥을 펼치면

해안선 한쪽이 멍이 들었다

 

돌로 만든 모자를 쓰고 돌꽃을 꺾어

흰 뼈처럼 앉아 있었다

이계理界에서 걸어온 영혼을 읽는다

귀퉁이가 깨진 진흙 아이들이

내 얼굴의 전생을 만진다

 

나는 고독의 손가락을 분지르며

돌의 적막을 향해 걸었다

나의 전생은 실패로 기록되었느니

세상의 모든 태양이 내게로 몰려왔다

피가 돌지 않는 두 손이

형벌처럼 무겁다

 

돌 속에서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

두 눈을 지우고 슬피 우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이 흙 묻은 손으로

해안선을 던진다

후생(後生)이 아팠다

 

 

문학청춘 38 2018겨울

 

####################

손바닥을 펼치면 해안선이 멍들고

아이들이 흙 묻은 손으로 해안선을 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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