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내가 읽은 詩

달빛 - 박형민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2.24|조회수12 목록 댓글 0

달빛

 

박형민

 

발레를 하는 너를 그림자처럼 지켜보며, 나는 달빛처럼 숨어버렸지.

발레하는 사람을 수많은 시간 그리는 동안에 나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하얀 발이 운율이 되기 전까지,

나는 너를 기다리다가 밤이 되면 서성이다 늑대처럼 떠나갔다.

너는 나에게 어떤 곡이 춤과 어울릴지 물어보았지.

내가 음악이 되어줄 수 없을까.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너는 한 줌의 먼지처럼 떠나갔다.

 

너의 토슈즈 발동작마저 네 그림 속에서 흐려지면 나는 하얀 달빛처럼 숨

어버렸지.

설원 위에서 발자국을 남기며 춤을 추는 너를 음역音域너머로 상상하며,

 

내가 하얀 달이 되어서 너를 몰래 지켜볼 시간이 찾아오면 너는 춤을 추다

가 목숨을 끊은 지젤의 기도문을 입속에 중얼거렸다.

리듬이 너를 망명시킬 수 있도록

인간의 탈이 아닌 완전한 요정의 모습처럼 나는 너 발톱을 무덤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이제는 나는 네 발이 아프지 않을 것을 빌었다.

하얀 종이 위에 춤추는 펜을 올려두고

 

##################

박형민 2017년 시와반시 등단

[시와 반시] 2020년 봄 통권 111호 시와반시 소시집

박형민 <사람은 저를 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중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