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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질문해도 될까요(8)- /말라르메

작성자이정은|작성시간24.02.26|조회수24 목록 댓글 1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자는 오늘

달아난 적없는 비상의 투명한 빙하가

서릿발 아래 들려 있는 이 망각의 단단한 호수를

취한 날갯짓 한번으로 찢어줄 것인가

 

지난날의 백조는 회상한다, 모습은 장려하나

불모의 겨울 권태가 번쩍이며 빛났을 때

살아야 할 영역을 노래하지 않은 까닭으로

희망도 없이 스스로를 해방하는 제 신세를,

 

공간을 부인하는 새에게 공간이 떠맡긴

그 하얀 단말마야 목을 한껏 빼어 흔들어버린다 해도,

그러나 아니다 날개깃이 붙잡혀 있는 이 땅의 공포는,

 

제 순수한 빛이 이 자리에 지정하는 허깨비,

그는 무익한 유적의 삶에서 백조가 걸쳐 입는

모멸의 차가운 꿈에 스스로를 붙박는다.

 

 

* 이 시는 작품 제목이 없는 ,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으로 시작되는 소네트이다.

 

**  S. 말라르메, 황현산 옮김, <시집>, 문학과 지성사, 2005,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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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양동림 작성시간 24.02.26 살아야할 영역을 노래하지 않은 까닭으로 희망도 없이 라는 구절이 가슴에 팍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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