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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일찌기 나는 - 최승자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2.27|조회수28 목록 댓글 0

일찍이 나는

 

최승자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힌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나는너를모른다

나는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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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벽에다 오줌을 누고 누고 또 누고 누렇게 뜬 벽은

퀴퀴한 냄새가 따라다녔었다

초등학교 화장실도 남자용 소변기는 벽에다 오줌을 갈기면 밑에 수로응 통해

오물통으로 모여 나가는 구조였다

항상 화장실 맴새가 나던 그 화장실에 소위 일진이라 불리던 선배들이

항상 죽치고 있다가 구슬을 뺏거나 딱지를 뺏거나

약육강식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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