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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오늘의 메뉴 - 오규원

작성자양동림|작성시간24.03.11|조회수9 목록 댓글 0

오늘의 메뉴

 

오규원

 

오늘은 안쪽에 놓인 식탁에서 식사를

하리라 그늘이 따뜻한 곳에서 식사를

하리라 그늘이 따뜻하지 않으면 내가 몸으로

그늘을 데우며 천천히 그리고 넉넉하게

그늘과 함께 식사를 하리라 광화문이나

남대문시장이나 난장 또는 신길동의 지천에

깔려 기고 있는 공약의 세월과 그늘이여

창가의 식탁은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앉도록 두고 보거나 가는 방향이 모두

길인 땅을 아는 사람들이 앉도록 두고

공약의 식탁과 벽과 벽 사이 그늘이

깊은 곳을 찾아 찾아올 날들의 식사를 하리라

인적이 끊어진 길을 더듬으며 가보다가

앞이 보이지 않으면 길가의 풀밭에 편히

앉으리라 날이 저물면 다시 나와 해가

뜰 때를 기다리리라 그러나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는 일은 없으리 해가 너무 늦게 뜰 때면

안쪽에서 내가 흑점이 되어 일어나리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102 오규원 시집 [사랑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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