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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詩

질문해도 될까요(13)- 늑대와 칼 / 박일환

작성자이정은|작성시간24.03.21|조회수20 목록 댓글 1

 

늑대와 칼

 

 에스키모가 늑대 잡는 법은 이렇다네 얼음 벌판에 피 묻은 칼을 거꾸로 꽂아놓으면 피 냄새를 맡은 늑대가 와서 칼날을 혀로 핥는다는 거야 그러다가 혀를 베고, 자기 혀에서 나온 피를 계속 핥는다는 거지 결국 피가 다 빠져나가 죽은 늑대를 둘러메고 오기만 하면 된다는군

 

 지금, 피 묻은 칼날을 자기 혀로 핥고 있는 늑대는 누굴까? 피 묻은 칼을 꽂아두고 간 자는 언제나 보이지 않고, 피의 향내가 주는 유혹은 강렬해서 자기도 모르게 긴 혓바닥을 내밀곤 하지 탐욕스러운 혓바닥부터 뽑아 버려야 하는데 그럴 수 있어? 낄낄거리며 조롱하는 소리 환청처럼 들려오는 동안에도 칼날 곁을 떠나지 못하는 혓바닥의 저 성실한 노동이라니!

 

 

* 박일환, 『귀를 접다』, 청색종이,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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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양동림 작성시간 24.03.22 늑대 참 쉽게 잡는 방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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