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먹는 밤
곽재구
두부를 먹자
하얗고 순결한 조선의 마음을 먹자
두부는 조선의 밥상 위에 가지런하다
심청도 춘향도 두부 앞에서 가슴이 설렌다
두부 속 마을에 수궁가도 있고 사랑가도 있다
두부 속 꽃핀 산골 마을에 해월도 봉준도 산다
두부 속 녹두꽃밭에 파랑새가 종일 노래한다
막걸리 한 병 두부 접시 앞에 두고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흥부네 초가집 담장에 박씨 하나
뿌린 적 없는 잡놈들이 박타령을 한다
두부는 말이 없다
뚜벅뚜벅 주모의 칼질에 베일 때도
펄펄 끓는 동태탕에 들어가서도
신음 한 번 내지 않는다
두부를 먹자
두부를 먹고
순교하는 조선의 마음이 되자
이천이십년 제17권3호 050 [창작 21]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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