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601)
화살의 패러독스/ 정두섭
궁사의 눈자리가 과녁을 곱씹는다
찔레나무 가지가 꿩의 무게 덜어낸다
놀란 뱀 발까지 꺼내 신고 부리나케 달아난다
그닥 길지 않은데 짓밟혔던 기억이
之 之 之 풀숲 사이로 대가리를 숨기는 건
속력을 전속력으로 바꿔주는 꼬리 때문
좌우로 스텝 밟는 화살도 마찬가지
허공으로 꽉 찬 허공 똑바로 가르는 건
깃털에 불과한 깃털 가볍디가벼운 깃털
쓸모없는 쓸모가 방패를 꿰뚫어서
버려야지 이깟 목숨 속도를 잴 수 없다
기어이 관통하므로 아직 멀고 아직 이르다
2025 시조미학 겨울호
(시감상)
오랜만에 시조 한 편을 감상해 본다. 논리적 모순을 패러독스라고 한다. 화살의 논리적 모순은 그 방향성에 있지 않다. 그 과녁을 향해가는 직진과 속도,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화살촉이 아니라 화살의 끝에 매달린 꼬리 때문이다. 왝더독이라는 말이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라는 말이다.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목적을 정하고 팽팽하게 시위를 당기다 놓는 순간, 이미 허공은 내게 뚫린 것이다. 그 가볍디가벼운 깃털의 힘에. 산다는 것. 허공을 가르는 일이다. 멀고 아직 이른 허공을 통과해야 할 나만의 과녁을 향해.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정두섭프로필)
신라문학 대상, 경남 신문 신춘문예, 중봉문학상 대상, 2024 시집(마릴린 목련) 외
정두섭 시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