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살맞은 언어 / 정종명]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했다
모나고 어두운 골방을 비추던 내 그림자가 비스듬히 햇살을 품고 드러누울 때
그 찰나에 사랑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까마득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그 이전 한 순간에
사랑이란 언어가 샘솟는 자리엔 아름답고 예쁜 무지개 꽃이 피어났을까
멋지게 핀 꽃송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가교 같고 끈 같은
오색 실타래라고 말하기도
오작교라고 말하기도 더 그러한데
이별이란 말은 매몰찬 아픔으로 일어서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란 따뜻하고 고귀하게 가슴에 파고드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처음부터 사랑이 빛나지 않았겠지만 누누이 입에 오르내리니 어떤 말보다 더 거룩하고 위대한 언어로 자리 잡고 존경의 대상이 되어
온 누리를 덮고도 남을 큰 그릇이다
돌이켜 보면 그 사랑을 받아먹고 삶의 끈을 이어가는 힘이 샘솟아 끊임없이 사랑은 이어지고 동행하고도 남을 곰살맞은.
-정종명(詩가 있는 아침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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